[사설]대통령도, 여야도 특검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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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경남기업 회장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진실 규명에 도움이 된다면 특검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어제 특검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새정치연합 정세균 전 대표는 “빨리 덮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 측 관계자도 “특검 요구는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선(先) 검찰수사, 후(後) 특검이라는 새정치연합의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야당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처럼 정권이 수사 대상에 오를 때마다 특검부터 들고나왔다. 반면 여당은 특검에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여야의 행보가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정치권을 강타하자 여야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각자 이해타산을 따지느라 바쁘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특검을 거론한 것은 ‘조기(早期) 특검’을 통한 빠른 사태 수습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검찰 수사에 문제를 계속 제기하면서 수사를 길게 끌고 간 뒤 특검으로 넘어가야 내년 4월 총선까지 장기적으로 여당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둘 다 ‘부실기업주의 정치권 금품 제공’이라는 진상 규명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태도다.

하지만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벌이고 있는 현 단계에서 정부 여당이 특검 얘기를 자꾸 꺼내는 것은 적절치 않다. 박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이 문제를 그냥 덮고 넘어가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규명 의지를 천명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 줄 시점이다.

새정치연합도 정략적이긴 마찬가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성 회장이 두 차례 특별사면을 받았으므로 수사 진전에 따라 야당 쪽에도 유착 의혹 등으로 불똥이 튀는 것이 불가피하다. 어제 야당 의원들이 7, 8명 포함된 ‘성완종 장부’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새정치연합은 당장 반발하고 나섰다. 만약 조기 특검이 이뤄지고 독립적 성격의 특검이 새정치연합 소속 의원을 소환하는 일이 벌어졌을 때에는 야당 입장에서 ‘끼워 넣기 수사’ ‘야당 탄압’ 등으로 몰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검을 도입하는 데는 최소한 20일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재의 검찰 수사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게 해서는 안 된다. 검찰은 이번에야말로 “특검을 해도 더 밝힐 것이 없다”는 소리가 나오도록 철저하고 완벽한 수사를 할 책임이 있다. 박 대통령이나 여야 모두 정치적 계산으로 특검에 접근하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성완종#경남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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