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마무리 윤명준 “이제 내 이름도 알리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4월 4일 05시 45분


코멘트
윤명준. 스포츠동아DB
윤명준. 스포츠동아DB
스프링캠프서 부상당한 노경은 대신 개막 소방수로 낙점
서건창 나성범 동기생 활약에 자극 “내 이름도 알리고파”
커브 비롯 변화구 제구 일품…두산 해묵은 고민 해결할까

“두산 뒷문이 약하다고요? 그런 걱정을 뒤집고 싶습니다.”

두산 윤명준(26)은 올 시즌을 앞두고 예기치 못한 기회를 잡았다. 2012년 입단 이후 네 번째 시즌 만에 소방수라는 중책을 맡았다. 당초 두산의 가장 강력한 마무리 후보였던 우완 노경은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타구에 턱뼈를 맞아 골절되는 불의의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윤명준은 순식간에 선배의 빈 자리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윤명준은 “솔직히 처음에는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 경은이 형 공백도 메워야 하기에 걱정이 많았다”며 “이왕 이렇게 마무리를 맡게 됐으니 형이 돌아올 때까지 잘 해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마무리투수는 불펜의 꽃이자 핵심이다. 윤명준도 내심 소방수를 맡아 보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 예전부터 인터뷰를 할 때마다 “언젠가는 마무리를 해보고 싶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게 올해가 될 줄은 몰랐다. 다행히 첫 단추를 잘 꿰었다. 2일까지 두산이 승리했던 3경기에 모두 등판해 2세이브를 올렸다. 윤명준은 “아직은 그저 담담하다. 몇 번 세이브를 더 해봐야 기분을 알 것 같다”면서도 “올해 다들 두산이 마무리가 약해서 어려울 거라는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내가 잘 해서 그런 평가가 잦아들게 하고 싶다”는 각오를 표현했다.

마음가짐이 남다른 이유가 있다. 이제는 마운드에서 윤명준의 진짜 잠재력을 최대한 펼쳐 보일 때가 됐다고 여겨서다. 동기생들의 맹활약이 큰 자극제가 됐다. 윤명준과 동갑내기인 넥센 서건창이 지난해 KBO리그 사상 최초의 200안타를 치면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가 됐고, NC 나성범은 2014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돼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윤명준은 “특히 고교를 같은 지역(광주)에서 나오고 대학 때도 고려대(윤명준)와 연세대(나성범)에서 라이벌로 뛰었던 성범이가 국가대표로 뽑히는 것을 보면서 솔직히 정말 많이 부러웠다”고 털어놓으면서 “올해가 내게는 두 번째 풀타임 시즌인데, 그동안 큰 임팩트는 없었던 것 같다. 이번 시즌에는 꼭 내 이름 세 글자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명준은 다양한 변화구를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에 찔러 넣는 제구력과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두둑한 배짱을 갖췄다. 최근에는 구속도 최고 148㎞까지 올라왔다. 젊고 기복 심한 투수들이 많은 두산 불펜에서 확실히 눈에 띄는 존재다. 물론 가끔은 위축되기도 한다. 그 앞에는 직구 구속이 150㎞를 훌쩍 넘는 김강률이 주로 나서기에 더 그렇다. 윤명준은 “강률이 형이 150㎞를 계속 찍다가 내가 나와서 갑자기 140㎞대 초중반을 던지면 나도 모르게 작아지는 기분이 있다”고 농담하면서 “솔직히 투수라서 빠른 공을 던지고 싶은 희망이 있다. 소방수인데 컨트롤만으로 괜찮을까 걱정도 했다. 그러나 다른 분들이 ‘넌 변화구가 좋으니 잘 할 수 있다’고 말씀하셔서 그 한마디를 믿고 열심히 던진다”며 웃어 보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