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쓰면 유기농 많이 사지만, 정크푸드도 더 산다’ 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1일 15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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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이 올바르게 판단했거나 열심히 일해 바라던 성과를 내게 됐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스스로를 ‘칭찬’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고 싶었던 옷을 사거나, 비싼 시계를 구입하기도 한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한국어판 4월호에 실린 기사 ‘장바구니 들고 마트 가면 유기농 식품 많이 사지만, 정크푸드도 더 구매한다’는 스스로 올바른 행동을 했다고 느낄 때 작동하는 무의식적인 보상 욕구를 분석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마케팅 담당 우마 칼마르칼 부교수는 듀크대 푸쿠아경영대학원의 브라이언 볼린저 부교수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 쇼핑객 수 천 명의 식료품 구입 영수증을 조사했다. 식품매장에서 본인이 직접 가져온 재사용 장바구니를 사용하면 약간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데, 연구진은 이때 고객의 영수증에 표시된 할인 유무를 통해 자신의 장바구니를 사용한 고객과 나머지 고객의 구매행태를 비교할 수 있었다. 연구 결과 스스로 장바구니를 가져온 고객은 유기농 식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의 친환경 행동이 또 다른 친환경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고객들은 고지방, 고열량의 정크푸드 역시 더 많이 구매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런 행동이 전형적인 자기보상행위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 심리학은 이를 ‘라이선싱(licensing) 효과’로 표현한다. 칼마르칼 교수는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서 올바른 행동을 한 경우 그 상황과 관계없는 또 다른 상황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행동을 해도 된다는 ‘권리’를 스스로에게 부여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건강 관련 의사결정을 주제로 한 비슷한 연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일반 콜라 대신 다이어트 콜라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햄버거를 추가로 선택하는 비율이 높았다. 즉 장바구니를 가져온 사람은 자신이 친환경적 행동을 실천한다고 느꼈고, 그 보상으로 달콤한 아이스크림까지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셈이다.

정리=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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