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들을 형·삼촌이라고…” DMZ내 초등학교 미니 졸업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13일 18시 44분


코멘트
졸업식이 열리는 강당을 헌병이 꼿꼿이 서서 지킨다. 졸업생은 4명인데 축하를 해 주기 위해 장관·시장을 포함한 100명이 모였다. 축사는 영어와 한국어로 동시에 이뤄진다. 13일 오후 2시 비무장지대(DMZ) 안 유일한 민간인 마을인 대성동 마을 대성동초등학교에서 열린 제 46회 졸업식 모습이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박건호(13), 김정(13)군과 박진(13) 김예진(13)양.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채로 졸업장을 받았다.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이들은 모두 문산·파주시에서 스쿨버스를 타고 한 시간가량 등하교를 했다.

김 군은 “악기 연주와 운동 등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어 인근에서도 들어오기 어려운 학교”라고 말했다. 김 군의 아버지 김종민 씨(47)는 “초등학교 때만은 공부에 매달리지 않고 자유롭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보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성동초교 전교생은 30명. 유엔군사령부로부터 통행을 허락받은 학생 수가 30명이라 4명이 졸업하면 4명을 뽑는 식으로 운영된다. 1968년 개교한 대성동초교는 올해까지 모두 18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학생 수가 줄면서 한 때 폐교 위기에 몰렸으나 2008년부터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소속 미군들의 체험식 영어교육을 시작하면서 영어 명문학교로 떠올랐다. 일주일 두 시간씩 영어교육을 받은 전교생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을 정도다. 6학년 담임교사인 문봉찬 교사(42)는 “군인들과 늘 함께 지내다 보니 ‘형’ ‘삼촌’으로 부르며 친근해한다. 학생과 교직원이 모두 가족 같이 지내기 때문에 교사로서도 좋은 경험이다”고 말했다.

이날 졸업식에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이재홍 파주시장, 박재진 파주시의회 의장, 이기철 육군 제1보병사단 부사단장, 중립국감독위원회(NNSC) 스웨덴 대표 번트 그룬데빅 장군, NNSC 스위스 대표인 우스 거버 장군, 공동경비구역 미군 크리스토퍼 닐런드 대대장 등이 참석했다.

경기 파주시 군내면 조산리 DMZ내 대성동 마을에는 47세대 207명이 거주하고 있다. 1952년 조성된 이 곳은 여전히 슬레이트 지붕이 남아 있는 등 시간이 흐름에 따라 쇠락한 상태다. 정부가 지은 주택이라 주민에게 소유권이 없고 지역 특성상 수리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제대로 수리가 이뤄지지 않은 것. 이에 따라 행정자치부는 주민대표, 민간 전문가 자문단, 한국해비타트, 경기도, 파주시 등이 참여하는 통일맞이 첫마을 대성동 사업을 추진한다. 노후한 대성동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마을공회당을 활용해 안보관광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