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영상인재 사관학교’된 부천 청소년영화아카데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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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생들 치열한 경쟁 뚫고 참가… 현역 감독 6명이 촬영-편집 도와
‘오해’‘칸닝구’등 8편 해외서 호평

경기 부천시 청소년영화아카데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16일 인천 중구 을왕리 바닷가에서 단편영화 ‘들리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촬영하고 있다.부천시 제공
경기 부천시 청소년영화아카데미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16일 인천 중구 을왕리 바닷가에서 단편영화 ‘들리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촬영하고 있다.부천시 제공
‘사진 찍는 데만 관심 있고 공부엔 소질 없는 상진이는 성적표 나온 날 선생님께 야단을 맞았다. 화를 삭이지 못하고 길을 걷던 중 자신을 꾸중한 선생님이 치한들에게 위협받는 장면을 목격하고 친구들과 힘을 합쳐 위기 탈출을 도와준다.’

경기 부천시 범박고교 2년생 김예본 양(17)이 연출 감독을 맡아 제작한 단편영화 ‘강아지 똥’의 줄거리다. 김 양을 포함한 청소년 6명이 연출 시나리오 음향 촬영 편집 등을 분담해 10분짜리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23일 부천시 상동 한국만화박물관 상영관 시사회 출품에 이어 최종 편집이 진행 중이다. 이 영화에 출연한 ‘시민 배우’ 4명은 공모를 통해 캐스팅됐다. 김 양은 “현역 영화감독들로부터 촬영 현장의 기술과 이론을 배운 뒤 영화도 직접 만들었다. 프로듀서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시사회에 출품된 작품은 ‘강아지 똥’ 등 총 7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조직위원회가 무료로 진행하는 ‘제5기 청소년 영화아카데미’를 수료한 청소년 42명이 만든 것이다. 이들은 6명씩 한 조를 이뤄 영화감독들로부터 이론수업에 이은 영화제작, 편집 강좌 등 3주간(5∼23일)의 영화아카데미 과정을 마쳤다.

5기 아카데미 강사진은 현역 감독 6명으로 편성됐다. 아카데미 원장을 맡고 있는 조진규 감독은 ‘조폭마누라’ ‘박수건달’ 등 여러 편의 흥행작을 만들었다. ‘타짜’ ‘국가대표’ ‘설국열차’ ‘최종병기 활’ 등의 제작에 참여했던 시나리오 편집 촬영 조명감독이 수강생들에게 생생한 현장 목소리를 들려줬다.

이번 작품들의 주제는 ‘왕따’ ‘학업’ ‘사랑’ 등 다양했지만 대부분 기성세대와 다른 시각의 고민을 담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오전 3시에 잠에서 깬 고교 3학년생을 주인공으로 한 ‘수능 전(前)’, 또래보다 늦게 포경수술을 한 학생의 에피소드를 담은 ‘곧 휴가’ 등 청소년의 시각에서 본 소소한 일상을 영상물로 그려냈다.

청소년 영화아카데미의 총괄 조교를 맡은 최성윤 씨(35)는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아카데미에 참가했기 때문인지 수강생들의 열정이 대단했고, 작품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고 평했다. 2011년 시작된 이 아카데미는 PiFan 홈페이지를 통해 수강생을 공모한다. 통상 3∼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만큼 예비 영화인들의 관심이 높다. 전문가와 수강생들이 영화에 출연할 시민 배우들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PiFan조직위는 공원 거리를 돌며 촬영할 때 필요한 카메라 조명 마이크 등의 장비를 지원해줬다.

아카데미 수강생들의 작품은 매년 7월 PiFan에 먼저 선보이게 된다. 이를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은 미국 하와이국제영화제,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을 받기도 한다. 1, 2기 수강생들이 제작했던 ‘오해’ ‘칸닝구’ ‘꿈틀이’ ‘시소(See, Saw)’ 등 8편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펜팔 구합니다’라는 작품은 제12회 대한민국 청소년영화제 본선에 진출했다. 부천시 관계자는 “역대 수강생 중 상당수가 영화 관련 대학에 진학하는 등 청소년 영화아카데미가 ‘영상인재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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