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연말정산에 카드사들 오류 속출…근로자들 ‘짜증’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6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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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권모 씨(31)는 매월 한차례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경기 안성시 부모님 댁을 찾는다. 편도 승차권 요금 5700원을 대부분 카드로 결제했다. 권 씨는 26일 카드사로부터 연말정산 내역 중에 대중교통비가 일부 누락됐다는 내용의 e메일을 받았다.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수정된 내역을 조회해보니 누락됐던 4만 원 가량이 추가로 대중교통비 항목에 포함돼 있었다. 권 씨는 “안 그래도 환급액이 크게 줄어서 속상한데, 몇 천원 더 돌려받자고 서류 접수를 다시 해야 한다니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카드사들의 연말정산 오류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근로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에 연말정산 관련 오류가 확인된 직장인들은 제대로 공제를 받으려면 연말정산 서류를 다시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 당 평균 누락된 금액은 3만 원 가량으로 제대로 소득공제를 받는 경우 추가로 수백 원에서 수천 원을 돌려받게 된다. 하자니 귀찮고, 안 하자니 억울한 금액이다.

이번 카드사 연말정산 오류는 대부분 일반 사용액과 공제율이 다른 대중교통비, 전통시장 등의 항목에서 발생했다. 카드사가 해당 항목에 대한 사용액을 집계하기 위해 일일이 가맹점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대중교통 가맹점의 경우 워낙 수가 많기 때문에 관리가 힘들다”며 “이름만 듣고는 파악이 어려운 가맹점의 경우 현장에 나가 확인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국세청에 납세 관련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 자체가 정교하지 못하기 때문에 보험사나 은행 등 다른 업권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카드사 연말정산 오류도 고객이 먼저 BC카드에 대중교통 이용금액이 누락됐다며 확인을 요청하면서 발견됐다. 삼성, 하나카드 등은 BC카드 오류가 확인된 후 금융감독원 지시로 점검한 결과 찾을 수 있었다. BC카드 고객이 민원을 접수하지 않았다면 카드사들도 까맣게 모르고 넘어갈 수 있었다.

기업 인사팀에도 불똥이 튀었다. 삼성 계열사 인사팀 직원 A 씨는 “카드사 오류 때문에 하루에 수백 통씩 ‘연말정산 다시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냐’는 전화가 온다”며 “현재 업무가 마비상태다”고 말했다.

카드사 관계자들은 자주 바뀌는 연말정산 제도 때문에 언제라도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소연한다. 카드사 연말정산 담당자들은 “매번 신용카드 연말정산 제도가 바뀌다보니 오류도 그만큼 늘어났다”며 “지난해부터 대중교통 공제율이 달라졌고, 올해는 체크카드 이용액에 대한 공제가 확대되는 등 연말정산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민기기자 mink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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