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사자 배 속의 화가를 구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사자 사냥꾼 클로이의 끝없는 이야기/맥 바네트 글/애덤 랙스 그림·고정아 옮김/48쪽·12000원·다산기획

그림책 안에서 그림과 글의 몫은 다릅니다. 사자가 나타나도 어떤 모습의 사자를 그릴지는 화가의 몫이지요.

그림 자체가 지닌 특성을 최대한 살려 묘사하고 한편으론 그림 자체의 서사를 가질 수도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의견이 맞지 않는 글 작가와 화가가 함께 이런저런 사건들을 거쳐 마침내 이야기를 끝내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이 장난스럽고 과장되지만 일리 있어 보입니다.

글 작가 맥은 자기 글대로 그림을 그리지 않은 애덤과 다투고 다른 화가를 부릅니다. 새 화가에게 사자를 그리게 하고는 사자가 애덤을 통째로 삼키도록 글도 고쳐 쓰지요. 그러나 새로 온 화가도 영 맘에 들지 않습니다.

잭은 자신이 쓴 이야기의 주인공 클로이를 직접 그려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결국 애덤만 한 화가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쓴 글에서 사자에게 삼켜진 애덤을 꺼내기 위해, 맥은 클로이를 사자 사냥꾼으로 만들어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클로이였거든요. 중간에 맥과 애덤에게 자리를 내주었을 뿐입니다.

이 그림책의 실제 작가인 맥 바네트가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은 독특합니다.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를 끼워 넣는 방식이라든가, 다른 책의 등장인물들을 데려와 이 책의 원래 등장인물인 양 만드는 재치가 번득입니다.

책을 읽어주는 동안 수도 없이 질문을 쏟아내는 아이들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화가 애덤 렉스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도 그림책이 가진 연극적 요소를 극대화합니다. 입체적이고 공간감이 살아나는 이미지 위에 얹은 평면 그림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게 합니다.

그나저나 사자 배 속의 애덤은 밖으로 나왔을까요?

김혜진 어린이도서평론가
#자 사냥꾼 클로이의 끝없는 이야기#맥 바네트#애덤 랙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