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보이스피싱의 진화 “불법수집 개인정보 분석… 약점 콕찍어 공략”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무작정 전화 ‘그놈의 목소리’는 옛말… 조직 가담 50대女가 밝히는 수법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일에는 유명 야구해설위원 하일성 씨(66)가 평소 거래하던 저축은행의 직원을 사칭한 전화에 낚여 피해를 본 사실이 알려졌다. 개그우먼 권미진 씨(27)도 지난해 PC용 인터넷 뱅킹을 노리는 ‘파밍(Pharming)’ 사기에 속았고, 경찰과 공무원도 속아 넘어간다.

2006년 보이스피싱이 처음 등장하고 어느덧 10년이 다 되어 가지만 피해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가세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13년 보이스피싱, 파밍, 스미싱 등 전자금융사기 피해액은 792억9300만 원. 2014년엔 상반기에만 445억4000만 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경 지방 소도시에서 약 일주일간 대출사기 조직에 몸담았다가 불법이라는 걸 깨닫고 도망쳤다는 이모 씨(50·여). 그는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걸리면 장땡’ 식으로 무작위로 전화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분석한 다음 작업에 들어가는 식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불법 수집된 신용정보와 대출실적 등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공략한다는 것. 이 씨는 최근 보이스피싱이나 대출사기에서 개인사업자를 노린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낮은 시민들에게 “한두 달만 거액의 거래 실적을 남겨 신용등급을 높이면 은행 같은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한다. 속아 넘어간 피해자들은 사업자등록증과 인감증명서, 통장과 체크카드를 보낸다. 이렇게 확보한 사업자등록증과 인감증명으로 명의를 도용해 대부업체에서 거액을 대출받는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최근 자기도 모르는 새 대출이 이루어졌다며 은행을 찾는 서민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의 필수품인 ‘대포통장’ 확보 방식도 변했다. 이 씨는 “요즘은 노숙인 통장 안 쓴다”며 “거래실적을 늘려주겠다며 확보한 통장을 대포통장으로 사용한다더라”고 말했다. 통장 명의자에게는 입출금 내용 문자 알림 서비스를 반드시 해지하라고 압박해 대포통장으로 사용되는 걸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최근 보이스피싱과 대출사기단은 과거 중국의 조선족이 가담했다면 지금은 한국인 가담자가 늘어난 게 특징. 20일 부산 금정경찰서에서 적발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서울에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 이 씨는 “보이스피싱은 중국에서 조선족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해 사무실을 찾을 때 의심도 안 했다”고 말했다. 사무실에는 한두 명만이 일하고 폐쇄회로(CC)TV로 감시해 자료를 빼돌리거나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건 엄두도 못 낸다. 이 씨는 “팀장 지점장 사장이란 사람들이 있었는데 얼굴도 못 보고 전화로만 통화했다”며 “점조직보다 더 작은 단위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보이스피싱#보이스피싱 수법#대출사기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