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 패배의식 떨치자”… 선생님들 열정 다시 ‘활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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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교육 현장]서울 일반고 교사들의 ‘학교 살리기’ 노력

“일반고를 살리려면 교사들부터 패배감을 떨쳐야 해요. 일반고 약화의 원인을 특수목적고나 자율형사립고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내부에서도 찾아봅시다.”

20일 오후 8시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의 한 강의실에서 서울 경인고 소속 교사 12명이 ‘일반고 발전 방안’을 놓고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같은 시각, 연수원 곳곳에서는 경인고 외에도 10개 고교 교사들이 같은 주제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이 자리는 서울시교육청이 겨울방학 동안 진행하는 ‘일반고 교원 교육역량강화 직무연수’ 과정. 현장 교사들이 직접 일반고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자는 취지에서 서울 45개 일반고의 교사 850명이 모였다. 서울시교육청은 “과거 일반고 역량강화 연수는 주로 교감이나 부장교사 한두 명을 대상으로 3시간 정도 설명회를 여는 형태였다”며 “학교별로 12∼20명의 교사들이 모여서 자기 학교의 문제를 같이 토론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연수는 올해가 처음”이라고 밝혔다.

교사들은 이날 연수에서 일반고의 경쟁력 약화 원인을 내부에서 먼저 찾아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회의록에 스스로 반성해야 할 점부터 적어 나갔다.

‘1학년 학생 절반이 진로 계획이 부족한 현실을 알고도 적극적으로 상담해 주지 못했습니다’, ‘학생들의 패배의식에 동조했고 교사들의 결집력도 너무 약했어요’, ‘학생들에게 이것도 모르느냐는 말은 하지 맙시다’라는 성찰과 다짐이 이어졌다. 또 진로진학 안내 교육을 강화하고, 공부하지 않는 학생들을 대안 없이 꾸짖거나 포기하지 말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교육열이 낮은 학부모에게는 수시로 학생의 진로 계획을 전달하고 관심을 이끌어 내자고 약속했다.

이번 연수에서는 서울 이외 지역에서 우수 학교로 꼽히는 일반고들의 학습 지도 사례도 소개됐다. 대구 청구고의 특색 있는 교육과정 운영 사례가 특히 눈길을 끌었다. 기존의 인문사회계열반(문과)과 자연과학계열반(이과)에 탐색반을 추가로 설치하고 3학년부터는 사회과학대 준비반, 공과대 준비반, 경상대 준비반, 직업위탁교육반 등을 운영해 관심사를 확대하는 방식. 학생의 선택권이 늘어날수록 다양한 입시제도에 맞춘 진학 지도가 가능해진다.

서울 창동고의 박영선 교사는 “우리 학교의 진로 동아리 운영 노하우를 다른 일반고에 알려줬는데 그것을 반영하겠다는 학교가 많았다”며 “학교들끼리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했다는 점도 이번 연수에서 얻은 소득”이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일반고#패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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