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직장인이 ‘13월의 세금’에 반발하는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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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소득에 대한 연말정산 시즌이 시작되면서 상당수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에 따른 환급금이 예년보다 줄거나 오히려 세금을 더 토해낼 판”이라며 불만을 터뜨린다. 과거 ‘13월의 보너스’로 불렸던 연말정산이 ‘13월의 세금’이 됐다는 반발도 나온다. 2013년 국회에서 개정된 현행 세법이 연말정산에 처음 반영되는 데서 오는 일시적 혼란의 성격이 짙지만 정치권까지 달구는 이슈로 떠올랐다.

새 세법은 의료비 교육비 보장성보험료 등의 공제 방식을 종전의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변경했다. 세액공제 방식을 택하면 대체로 고소득층의 세금 혜택은 줄어들고 저소득층에게 유리하다. 다만 개인별로 부양가족과 공제 편차 등에 따른 차이는 적지 않을 것이다.

정부는 2012년 9월부터 매달 원천징수 때 근로소득세 세금을 많이 떼는 대신 연말정산 때 많이 환급하던 종전 방식에서, 매달 세금을 적게 떼는 대신 연말정산 환급분을 줄이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올해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새로운 방식이 연간 급여에 적용됐다. 월급에서 세금을 많이 떼다가 적게 떼면 연말정산 환급액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실제 직장인들이 느끼는 연말정산 부담이 커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연간 총 급여 5500만 원 이하 근로자는 ‘평균’ 세금이 종전보다 줄거나 비슷하고, 5500만∼7000만 원 직장인의 세 부담은 평균 2만∼3만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한국납세자연맹은 연봉 5500만 원 이하라도 연간 세금이 증가하는 근로자가 많다고 주장했다. 소규모 민간단체의 주장을 정부의 공식 추산보다 더 신뢰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평균’이 모두에게 적용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부양가족 공제 혜택 등이 없는 미혼 직장인들은 근로소득공제가 줄면서 사실상 ‘싱글세’ 불만이 나온다고 기획재정부도 인정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어제 “평소에 세금을 많이 내더라도 연말정산에서 돌려받는 게 좋다는 정서가 많으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지만 종전 방식으로의 환원이 근로자에게 유리한지는 의문이다. 소득계층별 연간 세금 증감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보완조치가 효과적이다. 직장인 사이에 연말정산 파문이 커진 데는 의사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 고소득 전문직종 종사자들과의 과세 형평성에 대한 불만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집행 과정에서 나랏돈이 줄줄 새는 데 대한 반발도 깔려 있다. 이런 해묵은 과제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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