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이준석 폭로, 공익에도 부합…할 일 했다” 두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9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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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가 겸 진보논객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술자리에서 음종환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행정관으로부터 ‘문건유출 배후는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이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며 이를 김 대표에게 전한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에 대해 “할 일을 했다”고 두둔했다.

진 교수는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사태에 대한 총평을 남겼다.
그는 “이준석은 할 일을 했다고 봅니다”라며 “그런 발언은 당연히 당 대표에게 알려야죠. 당청관계가 비정상임을 보여주는 징후니까요. 그가 ‘고자질’ 했다는 비난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문제의 발언은 자연인 김무성에 대한 사적 험담이 아니었으니까요”라고 밝혔다.

이어 “단 둘이 있는 자리에서 보고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핀트가 빗나간 거죠. 그걸 ‘공개’한 것은 이준석이 아니라 김무성이었으니까요. 어떤 식으로 보고하든 김무성은 수첩에 적어 카메라 앞에 노출했을 테니까요. ‘청와대 얼라들’에게 날리는 견제구로…”라며 “카메라 앞에 수첩 노출시키는 것만으론 불충분하죠. 폭로가 효과를 가지려면 K와 Y가 누구를 가리키는지 드러나야죠. 그런 점에서 이준석의 언론 인터뷰까지가, 실은 김무성 대표의 의도였다고 봅니다. 그걸 이준석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좀 비열해 보여요”라고 해석했다.

진 교수는 “당적 이해관계를 떠나 사회적 관점에서 볼 때, 이준석의 폭로는 공익에도 부합합니다”라고 주장하면서 “청와대의 비정상적 운영은 사회나 국가의 이익에 반하므로 속히 시정돼야 하니까요. 비록 한 사람이지만, 인적쇄신이 이루어진 것도 결과적으로 잘 된 일이구요”라고 했다.

진 교수는 그러면서 이 전 비대위원의 ‘잘못’도 지적했다.
그는 “이준석의 잘못이 있다면, 도중에 말을 바꾸며 꼬리를 내린 것”이람 “결국 그에게는 폭로 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됐죠. 그냥 무소의 뿔처럼 끝까지 갔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랬다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쓴 소리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는 계속 가져갈 수 있었을 텐데. 전술적 고려를 하다가 전략적 이해를 망쳤다고 할까?”라고 지적했다.

또한 “또 한 가지. 그가 문제의 청와대 행정관에게 자에게 ‘고급정보’를 달라고 했다는 부분. 그건 이 친구가 ‘정치’에 대해 대단히 왜곡된 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죠”라며 “이준석 씨, 그런 건 고급정보가 아니라 저급정보예요”라고 충고했다

진 교수는 “그를 좀 아끼는 편인데… 언젠가 그와 함께 나온 방송에서, 그가 정치를 공학적으로 이해한다고 지적하며, 정치를 하려면 철학과 원칙부터 세우라고 꼰대질 한 있는데… 그는 그 말을 뜻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죠. 이제라도 이해할까?”라며 개인적인 인연과 이 전 비대위원에 대한 평소 생각을 밝힌 후 “아무튼 그가 이 존재의 위기를 현명히 극복하기를… 그리고 긴 안목으로 이번 일을 ‘괜찮은’ 정치인이 되기 위한 이론적 학습과 윤리적 준비를 시작하는 계기로 승화시키기를…”이라고 위로하며 글을 맺었다.

한편 이 전 비대위원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긴 글을 통해 “공적인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미숙함이 많이 노출돼 스스로 많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자질이라는 비판도 달게 받겠다”며 “제 미숙함에 대한 비판 하나하나 무거운 마음으로 다 새기고 잊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김 대표에게 (음종환 전 청와대 행정관의) 해당 발언을 전달한 이유는 당청 간 갈등 관계라는 것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음해성 소문들이 도는 것 자체를 지양해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공식 경로의 이의 제기가 언론에 노출, 부각돼 불필요한 갈등들이 노출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제 서른하나가 된 제 나이를 변명으로 삼지는 않겠다”며 “나이와 무관하지 못한 제 성숙하지 못함”이라고 몸을 낮췄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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