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인프라 좋은 도시? No!… 걷고싶게 만드는 ‘호감’이 열쇠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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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제프 스펙 지음·박혜인 옮김/325쪽·1만6000원·마티

제목만 봐도 주장하는 바를 딱 알 수 있다. 부제도 명확하다. ‘부와 건강, 지속가능성에 대한 해답.’ 걷기 좋은 도시로 만들면 건강해지고 부자도 된단 얘긴가 보다. 게다가 후손이 살기 좋은 터전으로 만드는 지속가능성도 높인단다.

미국의 도시계획가인 저자가 보기에 현대 도시는 그간 도보의 편의성을 무시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차도는 넓어지고 인도는 좁아졌다. 가로수는 사라졌고 주차장만 거대해졌다. 보행자보단 자동차가 중심이 된 지 오래란 얘기다. 저자는 전기자동차도 결코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걷거나, 최소한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10가지 단계별 과정을 제시한다. 몇 가지 눈여겨볼 만한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예를 들어 일반적으로 가로수는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해 교통에 불편을 끼치는 장애물로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가로수가 조밀한 지역의 교통사고 발생률이 훨씬 낮다. 게다가 도시의 하수도 범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또 도시는 눈앞에 닥친 교통체증을 해소하려 도로를 늘리는데, 실제로는 도로 건설이 오히려 교통량을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걸어 다닐…’은 솔직히 고개가 갸웃거려지긴 한다. 과연 미국적 식견이 좁디좁은 한반도 사정에 적합할는지 의구심이 드니까. 그런데 세계에서 가장 보행 친화적 도시 가운데 하나로 불리는 곳이 다름 아닌 이탈리아 로마란다. 인도와 횡단보도가 부족하고, 가파른 경사와 울퉁불퉁한 도로로 악명 높은 그곳이? 이유는 사람들이 걷고 싶게 만드는 ‘호감’이란다. 어쩌면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는 인프라가 해답이 아닌가 보다. 도시를 사는 사람들이 가진 고정관념을 변화시키는 게 먼저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인식의 변화에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걸어 다닐 수 있는 도시#부#건강#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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