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줄고 소비 싸늘… 실물경기 머나먼 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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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015년 성장률 전망치 3.4%로 낮춰
세계경제 불안-SOC투자 감소 탓… 3%대 초반까지 낮아질 우려도

한국은행이 15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내리면서 한국 경제가 올해도 저성장 저물가의 깊은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기관의 전망치가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면서 올해 성장률도 결국 지난해나 2013년처럼 3%대 초반 수준으로 주저앉을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 9개월 만에 0.8%포인트 낮춰

지난해 4월만 해도 한은은 2015년 성장률을 4.2%로 내다봤다. 2011년부터 이어진 4% 미만의 저성장 추세가 4년 만에 극복이 가능하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이 전망치는 4.0%(7월), 3.9%(10월) 등으로 점차 낮아지더니 이번 전망에서는 3.4%로 순식간에 곤두박질쳤다.

이런 현상의 주된 이유는 작년 말부터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 흐름이 예상외로 크게 악화됐기 때문이다. 체감경기 지표인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해 12월에 102로 세월호 참사 직후인 5월(105)보다 낮은 수준을 보였다. 또 지난해 말 발표된 11월 산업활동 동향에서도 동행·선행지수가 일제히 떨어지는 등 경기 흐름이 불안한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수출이 크게 나빠졌다. 지난해 전년 동월 대비 2∼3%의 미약한 증가세를 보이던 수출액은 지난해 11월에는 증가율이 마이너스(―2.1)로 돌아섰다. 수출 둔화는 유럽 중국 등 세계경제 불안과 교역 감소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경기가 갑자기 나빠진 데는 정부 정책에 따른 일시적인 요인들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으로 보조금이 줄면서 휴대전화 구매가 감소한 데다 세수 감소로 정부 지출이 끊기며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도 줄어들었다.

○ “횡보하는 흐름 이어질 듯”


한은의 이번 전망은 정부의 시각과는 큰 괴리가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달 12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3.8% 성장이 가능하다고 확인했다. 불과 사흘 만에 한은이 정부의 이런 낙관론을 뒤엎은 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이날 한은의 경제전망에 대해 “여러 리스크가 있지만 올해 3.8%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기존 전망치를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한은뿐 아니라 다른 기관들의 전망도 이전보다는 비관적으로 흐르고 있다.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해 말 내놓은 전망치는 모든 게 예상대로 이루어졌을 것을 전제로 한 수치”라며 “세계경제가 예기치 않게 불안해지거나 갑작스러운 경기 하방 위험이 생기면 전망치도 언제든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 / 부산=손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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