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빅 히어로’, 배두나 닮은 한국인 캐릭터가…제2의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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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월 14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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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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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의 한국인 캐릭터 고고는 한국 쇼트트랙 선수의 체형에다 배우 배두나 씨의 분위기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만난 만화영화 ‘빅 히어로’의 캐릭터 디자인 슈퍼바이저인 김상진 감독(55)은 편안하면서도 무척 기대에 찬 표정이었다. 김 감독은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들을 구상하고 스크린에 구현하는 일을 총괄 책임진다. 1995년 입사해 ‘디즈니 최초의 한국인 애니메이터’로 화제를 모았던 그는 ‘라푼젤’(2010년)부터 캐릭터 디자인에 전념해왔다. ‘겨울왕국’에도 참여한 김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서 ‘겨울왕국’이 큰 성공을 거둬 기분 좋다”며 “엘사와 안나만큼 ‘빅 히어로’ 캐릭터들도 사랑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주요 배역인 고고는 처음부터 한국인이란 설정 아래 만든 캐릭터. 목소리도 한국계 배우인 제이미 정이 맡았다. 김 감독은 “김시윤 수석 캐릭터 디자이너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의 느낌을 살리려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의 근육 형태까지 연구했다”며 “거기에 영화 ‘괴물’에서 보여준 배두나 씨의 묘한 매력이 잘 어울릴 것 같아 최대한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적 느낌을 살린 캐릭터는 그뿐만이 아니다. 주인공 로봇 ‘베어맥스’ 역시 마찬가지. 하얀 풍선이나 마시멜로처럼 보이는 베어맥스는 얼굴이 구멍 뚫린 눈이 선 하나로 연결된 단순한 형태. 바로 ‘목탁’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김 감독은 “군더더기 없이 여백을 많이 준 것도 마찬가지 이유”라며 “극중 캐릭터인 와사비가 입은 넉넉한 바지 역시 한복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영화 ‘빅 히어로’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적 색채가 많이 깃든 작품입니다. 그렇다고 어느 한쪽으로 편향되지도 않아요. 우린 세계의 모든 이미지를 참조하고 함께 녹이려고 노력합니다. 예를 들어 수많은 군중이 몰린 장면을 만들 때 특수프로그램을 이용해 모든 인종이 골고루 섞이도록 합니다. 특정 나라나 세대 구별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니까요.”

하지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도 분명 엿보였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은 언제나 크다”는 김 감독은 최근 부인과 함께 영화 ‘해무’를 관람하는 등 한국 영화를 자주 본다고 했다. “최근 미국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쿵푸팬더2’의 여인영 감독처럼 결정권을 가진 직책에 오른 한국인이 많아요. 이들을 통해 한국 문화가 세계 속에서 잘 꽃피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앞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선 ‘빅 히어로’의 테디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 다니엘 헤니도 참석했다. 연출을 맡은 돈 홀 감독은 “헤니를 보는 순간 그가 바로 테디라고 확신했다”며 “테디의 표정과 행동도 그의 이미지를 많이 반영했다”고 말했다. 헤니는 “목소리로만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지만 유쾌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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