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3분의 1만 “부모 모실것”…노인들 ‘실버 투잡족’까지 생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13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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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에 사는 김상문 씨(68)는 7년 전부터 주중에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를 맡고 있다. 최근엔 주말마다 동네 편의점에서 일한다. 이렇게 해서 김 씨가 한 달에 버는 돈은 약 110만 원. 결혼해 출가한 아들이 둘이나 있지만 김 씨를 부양하겠다는 자식은 없다. 김 씨는 “친구들이 ‘자식 덕 보겠다는 생각은 일찌감치 버리라’고 하더라”며 “체력이 남아있을 때 한 푼이라도 모아두기 위해 일을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이든 부모의 부양을 ‘가족’이 책임진다는 생각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통계청이 매년 내놓는 조사 결과에 따르면, 1998년 ‘노부모를 가족이 모셔야 한다’고 대답한 젊은이들의 비율은 89.9%였지만, 갈수록 줄어 2012년에는 33.2%로 뚝 떨어졌다. 부모 있는 자식 중 3분의 1만 “부모 부양은 나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김태완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이같은 현상을 분석해 ‘노인빈곤 현황과 기초연금의 필요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자식세대의 인식이 바뀌다보니 노인의 경제활동 형태도 바뀌고 있다”고 분석했다. ‘내 스스로 노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한 노인의 비율이 2002년 9.6%에서 2012년에는 13.9%로 뛰어 올랐다.

문제는 이처럼 부양의식이 변한 것에 비해 노인들의 노후 준비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이윤경 보건사회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적인 노후 준비 수준(100점)은 60대가 37.2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46.8점, 40대 49.8점, 50대 47.9점에 비하면 취약한 수준이다. 노후 준비 수준은 건강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치료비로 쓸 수 있는 여유자금,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등을 계량화하는데, 당장 노후를 맞게 된 60대의 경제적 준비가 미흡한 것이다.

이렇다보니 은퇴 후에도 60대 노인들은 일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양질의 일자리를 찾지 못하다보니 노인들은 편의점 아르바이트, 아파트 경비원 등 보수가 적은 직업을 택할 수밖에 없다. 두 가지 직장을 다니는 ‘실버 투잡족’도 생겨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보사연이 ‘2011년 전국노인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65세 이상 노인 34.0%는 은퇴 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동일한 조사에서 30%가 ‘일하고 있다’고 답한 것에 비해 더 오른 수치다. 3년간 기초노령연금 등 여러 노인복지 정책이 시행됐지만, 노인들이 계속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연구위원은 “현 세대 노인들은 과거 노인들과 달리 노인부양의식이 옅어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노동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며 “노인들이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기초연금 같은 공적 이전소득을 확대하는 등 강력한 소득보장제도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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