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세이/서재흥]나의 을미년 사자성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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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흥 낙생고 교사
서재흥 낙생고 교사
2014년은 정말 어려운 해였다.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어느 한 곳도 마음 편한 것이 없는 한 해였다. 세상 살기가 참 힘들다.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진로로, 젊은이들은 취업과 어두운 경제 전망으로, 중년층은 불투명한 미래와 조기 은퇴 및 자녀교육의 한계로, 노년층은 장수시대에 맞는 경제적 독립 불투명과 소외감 및 삶의 허탈감 등으로 모두가 힘들어하고 있다.

나 자신을 돌아보며 지난 한 해를 사자성어로 표현한다면 서제막급(서臍莫及)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뜻은 ‘배꼽을 물려고 해도 입이 닿지 않는다’는 뜻으로, 기회를 놓치면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친 것이 후회스럽고 좀 더 진취적인 모습이 부족했으며 남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과감한 승부를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인터넷에 떠다니는 재미있는 사자성어를 보았다. 수포대포(수학을 포기하면 대학을 포기하는 것), 영포직포(영어를 포기하면 직장을 포기하는 것), 중포미포(중국어를 포기하면 미래를 포기하는 것), 책포인포(책을 포기하면 인생을 포기하는 것) 등 유머가 있는 사자성어가 많았다. ‘예로부터 내려온 정식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에 와 닿는 사자성어이다.

새해가 됐다. 나는 여기에 몽포생포(夢抛生抛)란 사자성어를 만들었다. 꿈을 포기하는 것은 삶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를 주고 싶다. 우린 열심히 살아야 한다.

올해 12월에 나를 돌아볼 때는 이랬으면 좋겠다. 비육지탄((비,폐)肉之嘆·성공할 기회를 잃고 허송세월한다는 뜻)이 아니라 절차탁마(切磋琢磨·옥이나 돌을 갈고 닦아 빛을 낸다)였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절치부심(切齒腐心)해야 한다. 그래서 과물탄개(過勿憚改·잘못했거든 고치기를 주저하지 말고 허물을 고치는 것을 꺼리지 말아야 한다)의 마음으로 한 해를 시작하고자 한다.

각고면려(刻苦勉勵·고생을 무릅쓰고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쓰면서 부지런히 노력하면 된다)의 정신으로 산다면 언젠가는 수적석천(水滴石穿·물방울이 돌을 뚫는다)을 이루는 한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새해의 다짐을 굳게 해주는 사자성어는 또 있다. 당나라 이백이 중도에 학문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늘을 만들기 위해 도끼를 갈고 있는 노파를 보고 그의 노력에 크게 감동받아 다시 학문에 도전하여 성공한다는 유래에서 나온 마부위침(磨斧爲針)이 그렇다.

십작지목 망불전복(十斫之木 罔不顚覆)은 어떨까. ‘열 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인간으로서 신이 나에게 준 365일의 선물을 의미 있고 가치 있게 만들어가며 이 세상에서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야 한다. 독자 여러분도 새롭게 시작하는 한 해, 다짐하는 사자성어를 생각해 보고 실천하길 기원한다.

서재흥 낙생고 교사
#을미년#사자성어#각고면려#십작지목 망불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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