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혼여성 5명중 1명꼴 ‘경단女’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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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기준 214만명… “결혼-육아-임신때문” 88%
30대가 52.2% 가장 많아…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 늘려야

2014년 경력단절여성 214만명
4년 동안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다가 결혼 후 3개월 만에 그만둔 김모 씨(30·여)는 최근 출신 대학 유아교육과 모임에 나갔다. 그 자리에서 결혼한 여자 동기 대부분이 자기처럼 직장을 포기한 것을 알게 됐다. 김 씨는 “학창 시절 ‘가장 먼저 어린이집 원장이 되는 사람이 한턱내자’는 얘기를 입버릇처럼 했는데 5년이 채 안 돼 일터에 남아 있는 사람이 몇 없게 된 현실이 씁쓸하다”고 말했다.

결혼, 출산 및 자녀 양육 과정에서 직장을 그만둔 ‘경력 단절 여성’이 20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직장이 없는 기혼여성 중 절반 이상이 경력 단절 여성이었다. 경력 단절 여성이란 구조조정, 이직 때문이 아니라 결혼, 출산 등 가정생활을 위해 직장을 그만둔 여성을 뜻한다.

26일 통계청이 펴낸 ‘2014년 경력 단절 여성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현재 한국의 15∼54세 기혼여성 중 경력 단절 여성은 총 213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기혼여성 956만1000명의 22.4%로 5명 중 1명꼴이었다. 직장이 없는 기혼여성인 비취업 기혼여성(389만4000명) 중에서는 54.9%로 둘 중 한 명꼴이다. 또 결혼, 임신, 출산, 자녀교육 등 퇴직 이유를 지난해와 비교할 수 있는 경력 단절 여성은 올해 197만7000명으로 지난해(195만5000명)보다 2만2000명(1.1%) 늘었다.

결혼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둔 여성은 82만2000명으로 경력 단절 여성의 38.4%에 달했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한 여성은 62만7000명(29.3%)이었으며 임신과 출산(43만6000명·20.4%), 자녀교육(9만3000명·4.3%)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올해 처음 경력 단절 사유로 포함된 ‘가족 돌봄’은 16만2000명(7.6%)이었다.

경력 단절 여성은 결혼, 출산, 육아가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30대(52.2%)가 가장 많았다. 이어서 40대(26.9%), 50∼54세(9.0%), 15∼29세(8.9%) 순이었다. 30대 여성의 경력이 단절된 주된 이유는 육아(35.9%)였고 나머지 연령대는 결혼이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간선택제 일자리 등을 도입해 경력 단절 여성의 재취업을 돕고 있지만 효과가 여전히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력 단절 여성들을 노동시장에 재진입시키기 위해서는 미취학 아동의 보육 문제를 해결하고, 재택근무 등 고용 형태를 유연하게 해야 하며 취업훈련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일자리·인재센터장은 “정부가 경력 단절 여성을 위해 많은 지원책을 내놨지만 경기침체 등으로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여전히 미흡하다”며 “조직문화, 생산방식 등에 따라 각 기업에 맞는 세분화된 시간제 일자리 등을 도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육아에 따른 경력 단절이 늘어난 것은 취업 여성에 대한 보육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여성들의 경력 단절을 막는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기혼여성#결혼#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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