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 안중근의사 유해찾기 소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뤼순감옥박물관 39년 근무 판마오중씨

판마오중 씨(왼쪽)와 김월배 교수가 판 씨의 퇴임일인 15일 뤼순 감옥 박물관의 안중근 의사 감방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판씨 뒤편에는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된 안내판이 부착돼 있고 김 교수 뒤편에는 안 의사가 수감됐던 독방 감방의 창문이 보인다. 김월배 교수 제공
판마오중 씨(왼쪽)와 김월배 교수가 판 씨의 퇴임일인 15일 뤼순 감옥 박물관의 안중근 의사 감방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판씨 뒤편에는 한국어와 중국어 영어로 된 안내판이 부착돼 있고 김 교수 뒤편에는 안 의사가 수감됐던 독방 감방의 창문이 보인다. 김월배 교수 제공
“중국인들까지 존경해 마지않는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는 데 그동안 한국 정부가 너무 소홀했던 것은 아닌가 싶네요.”

중국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 시의 뤼순(旅順) 감옥 박물관에서 39년간 근무하다 연구진열부 주임으로 15일 퇴직한 판마오중(藩茂忠·60) 씨는 23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2008년 뤼순 감옥 주변에서 1차로 안 의사 유해 발굴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그 이후에는 매장과 관련한 일본의 사료 찾기에만 골몰해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75년 12월 28일부터 뤼순 감옥 박물관에서만 근무해온 한족(漢族) 공무원이다.

“15세 때쯤 할아버지가 뤼순 감옥을 가리키면서 ‘저기에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처단한 조선의 민족영웅이 수감돼 있었다. 그 영웅은 거사 후 하늘을 보고 크게 웃으면서 소리를 쳤다’고 말씀해 주셨죠. 나중에 보니 그 소리가 ‘코레아 우라’(러시아어로 ‘대한민국 만세’)였죠.”

그는 “박물관에 들어가면서 바로 안 의사를 연구해 논문과 책을 펴냈다. 안 의사에 대한 첫 번째 논문을 쓰고 받은 원고료는 기념으로 지금까지 쓰지 않고 통장에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 씨는 1979년 중국 신문인 뤼다(旅大)일보에 ‘조선민족 영웅 안중근’을 게재했고 2012년 한국문화사 출판사에서 ‘안중근은 애국-역사는 흐른다’를 출간했다.

판 씨는 “2008년 유해 찾기는 한 안중근 전문가의 얘기를 너무 신뢰한 나머지 발굴할 지역을 면밀하게 조사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뤼순 현지에서는 지금은 물론이고 당시부터도 중국 정부가 공식 지정한 뤼순 감옥 공공묘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더 시급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이 공공묘지는 2001년 다롄 시 문물관리위원회가 1907년부터 1943년까지 수감자들이 묻힌 곳이라고 공인한 곳이다.

이와 관련해 인터뷰를 주선한 안중근 뼈대 찾기 중국지회장인 김월배 다롄외국어대 교수는 “안 의사는 사형당한 뒤 선 채로 매장당한 다른 수감자와는 달리 침관에 누운 채 매장돼 지표투과레이더(GPR) 방식을 활용하면 땅을 파지 않고도 매장 확인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뤼순 감옥에서 처형당한 비행기 조종사 한 명의 유해를 찾기 위해 2009년 이곳에서 GPR 탐사를 벌였다”고 덧붙였다. 국가보훈처는 이런 현지의 주장에 따라 GPR 조사의 적합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9월 16일 현지를 방문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뤼순감옥박물관#안중근#판마오중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