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與갈등으로 번진 ‘누리과정 예산싸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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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부총리, 野와 ‘5600억 國庫지원’ 구두합의하자… 與지도부 “월권행위”

‘누리과정 한때 합의’ 여야 간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20일 누리과정 예산 배정이 합의됐다 번복되는 소동이 벌어지자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왼쪽 사진)이 기자회견을 통해 간사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오른쪽 사진)은 “황당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뉴스1·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누리과정 한때 합의’ 여야 간사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20일 누리과정 예산 배정이 합의됐다 번복되는 소동이 벌어지자 여당 간사인 새누리당 신성범 의원(왼쪽 사진)이 기자회견을 통해 간사직 사퇴 의사를 밝힌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오른쪽 사진)은 “황당하다”며 비판하고 있다. 뉴스1·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이렇게 해놓으면 우리가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월권입니다!”

“우리가 예산을 제 날짜에 (처리)하려고 얼마나 몸부림을 치는데…협상 한두 번 해봅니까?”(새누리당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20일 오전 11시 국회 본청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실 문 밖으로 날카로운 고성이 새어나왔다. 김 원내수석이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통화하는 내용이었다. 이날 오전 황 부총리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간사가 국회에서 만나 내년도 예산에 누리과정 예산 5600억 원을 순증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직후였다.

결국 김 원내수석은 “알겠습니다, 부총리님”이라며 전화를 끊었지만 당 지도부와 사전 상의 없이 야당과 덜컥 합의한 데 대한 황당함이 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문을 열고 나온 그는 기자들을 보자마자 “상의도 없이 합의는 무슨…”이라고 말하며 국회 정론관으로 달려갔다. 김 원내수석은 “누리과정 예산 국고 지원 합의는 사실이 아니다”며 “그런 내용의 합의를 할 생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정부에서 결정한 이가 있다면 이는 월권”이라면서 황 부총리를 다시 한 번 겨냥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부칙 2조에 근거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며 국고 지원 대신 ‘시도교육청 편성’ 원칙을 고수해왔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무상보육 재원에 대해 당 지도부와 사전에 조율하지 않은 황 부총리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표출한 것이다.

합의 당사자인 국회 교문위 여당 간사인 신성범 의원도 결국 교문위 간사직을 사퇴했지만 이완구 원내대표가 바로 반려했다. 신 의원은 “주무 장관인 황 부총리가 합의를 해준 데다 (누리과정 예산을) 증액하고 교문위를 정상화한 뒤 예결특위에서 최종 결정을 하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구두 합의일 뿐인데 야당이 너무 빨리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5선 중진 의원인 데다 당 대표까지 지냈고 누리과정 예산의 주무부처 수장인 황 부총리가 만들어 낸 합의를 여당 지도부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즉각 뒤집으면서 여권 내 ‘자중지란’을 그대로 드러냈다. 황 부총리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만든 주역이라는 점에서 선진화법에 반발해온 현 지도부와 쌓인 ‘앙금’이 폭발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일제히 김 원내수석을 성토했다. 서영교 원내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김재원 원내수석의 당인가”라며 “아이들의 보육을 자기 손에 넣고 뒤흔들어도 되는 것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문위 야당 간사인 김태년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일개 수석이 자당의 대표까지 지낸 분이 장관으로서 합의한 것을 엎어버리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아주 황당하다”고 했다. 이어 “오전 원내 회의를 하고 있는데 황 부총리가 먼저 보자고 연락이 왔다”면서 “누리과정 증액 예산 5600억 원을 중앙정부가 지원하기로 하고 이 내용을 그 자리에서 황 부총리가 기획재정부 차관에게 전화를 걸어 상의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누리과정 예산의 극적 타결 소식은 결국 여권 내부의 파열음을 빚으며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다. 한편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20일 “정부가 누리과정 예산 파동과 관련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늘리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미 편성한 누리과정 예산 3개월 치도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감들은 “여야 양당 간사가 합의했던 사항이 관철될 수 있도록 교육감들은 공동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현수 soof@donga.com·한상준 기자
#누리과정 예산#황우여#김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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