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인기 ‘기름기’ 빠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코멘트

돼지고기 소비행태 변화 조짐
뒷다리-안심 등 저지방부위 선호… 삼겹살 판매량 감소와 대조적

서울 강남의 레스토랑인 ‘쉐플로’에서는 제주산 돼지고기의 뒷다리살로 만든 살라미나 수제 소시지가 인기 메뉴로 꼽힌다. 유행에 민감한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저지방 돼지고기 요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유난히 삼겹살을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돼지고기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 돼지고기 뒷다리살이나 안심 등 저지방 부위 섭취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통상 여름 캠핑과 휴가철에 삼겹살 소비가 많아 여름이 지나면 돼지고기 가격이 떨어지곤 했다. 하지만 저지방 부위를 찾는 소비자가 많아 최근 들어서는 여름이 지나도 가격이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7일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10월 돼지고기 가격은 kg당 4756원(경락가격 기준)으로 지난해 10월 3272원보다 45.4%나 뛰었다. 이 기간 삼겹살 도매가격은 kg당 1만1750원에서 1만2367원으로 5.3% 오르는 데 그쳤다.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체 돼지고기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돼지고기 뒷다리살의 kg당 도매가격은 지난해 10월 3065원에서 올해 10월 4909원으로 60.2%나 치솟았다. 이 기간 돼지고기 안심은 40.8%(4733원→6664원), 앞다리살은 24.8%(5695원→7109원)씩 상승했다.

류상권 롯데마트 축산 상품기획자는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이 늘면서 기름기 많은 삼겹살 대신 뒷다리살이나 안심 등 저지방육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됐고, 캠핑인구가 늘면서 스테이크 형태로 돼지고기를 요리해 먹으려는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롯데마트에서 올해 1∼10월 돼지고기 삼겹살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 줄었다. 같은 기간 돼지고기 안심(6.2%), 앞다리살(7.0%), 뒷다리살(1.5%) 모두 판매량이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의 소비가 느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돼지고기 앞다리살과 뒷다리살은 돼지고기 한 마리를 도축하면 50% 이상 나오지만 퍽퍽한 식감 때문에 ‘계륵’과 다름없는 부위였다. 반면 삼겹살은 돼지고기 한 마리에서 20% 미만으로 나오지만 한국인의 1인당 섭취량이 19.0kg(2012년 기준)으로 전체 육류 섭취량(43.7kg)의 절반에 육박했다. 황명철 농협경제연구소 축산경제연구실장은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가 ‘제값’을 받으면 돼지고기의 부위별 수급 불균형이 개선되고 국민 건강에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CJ제일제당과 롯데푸드, 동원F&B 등 햄과 스팸을 제조하는 업체들은 고민이다. 햄과 스팸에 주로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를 쓰고 있는데 원료육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7월을 전후로 햄과 스팸 등의 가격을 올렸기 때문에 추가로 가격을 인상하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식품업계는 돼지고기 저지방 부위를 주원료로 하는 햄과 스팸에 국산보다 가격이 저렴한 수입산 비중을 늘리고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돼지고기#삼겹살#저지방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