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감격과 이성 사이… 독일인 24명의 통일 경험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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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장벽에서 통일의 답을 찾다/임진 엮음/320쪽·1만5000원·시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25년이 지났다. 독일의 통일은 분단국가의 성공적인 재결합 사례로 꼽힌다. ‘통일 대박론’을 외치는 박근혜 대통령도 올 3월 독일 방문 당시 독일 통일을 일컬어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이상형”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과거 동서독 분단과 통일을 모두 겪었던 독일인 24명의 통일 경험기를 모았다. 정치인, 경찰, 언론인, 사회복지사, 의사, 예술가 등 동독과 서독의 다른 체제에서 성장한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각기 다른 시각으로 통일 이전과 이후 달라진 삶에 대해 들려주는 점이 흥미롭다.

통일에 대해 “독일 역사상 최고로 위대한 순간”이라고 표현하는 이도 있지만 “통일 이후 동독인의 70%가 자신을 2류 독일인이라고 여긴다”는 증언도 공존한다. 동독에서 사회 지도층이던 아버지가 통일 후 재판을 받고 실직과 명예 실추의 과정을 겪는 모습을 지켜본 당시 10대였던 딸은 “법이 늘 공평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동독 출신의 또 다른 엔지니어는 “통일 직후 처음에는 반기던 서독의 친지들이 시간이 지나며 더이상의 교류를 원하지 않았다”며 씁쓸해한다.

통일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이 많지만 한국과 비교해 분단 기간이 짧고 상호 접촉의 기회가 많았던 독일조차 통일 이후 통합 과정은 쉽지 않았다는 얘기도 적지 않다.

“독일은 ‘전환’에 대비한 준비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한국은 어쩌면 독일이 필요했던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지 모른다”는 독일 사회학자의 조언은 그래서 더 의미 있게 다가온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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