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톡톡]反美 베네수엘라 동심 흔든 ‘바비 인형’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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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1014년말 폭리 막으려 가격 인하… 대기수요 몰려 몇분만에 재고 바닥

베네수엘라 정부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비판해 온 바비 인형까지 껴안았다.

12일 A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가 ‘공정 가격’에 바비 인형을 판매하도록 지시하면서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한 대형 체인점에서는 불과 몇 분 만에 재고가 바닥이 났다. 베네수엘라의 좌파 세력은 바비 인형을 “자본주의적 소비지상주의를 위한 훈련 도구”로 비판해 왔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바비 인형의 어리석음’을 비난하며 “베네수엘라 어린이를 위한 독자적인 장난감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번 조치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1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된 크리스마스 쇼핑 기간을 맞아 실시하고 있는 ‘메리 크리스마스 계획’의 하나다. 상인들이 과도한 이익을 챙기는 것을 막고자 바비 인형 등 특정 상품들의 공정 가격을 정한 것. 바비 인형의 가격 상한은 553볼리바르(암시장에서 달러와의 교환 비율로 계산했을 때 약 6000원)이다. 지난해 고급 바비 인형은 3500볼리바르에 판매되기도 했다. 이는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3주를 일해야 벌 수 있는 금액이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감독관 2만7100명, 변호사 700명, 군 장교 등으로 구성된 팀을 전국 각지로 보내 상점들이 국가가 정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지 감독하고 있다.

카라카스의 빈민가에 살고 있는 마리아 곤살레스 씨는 바비 인형 두 개를 손에 쥔 채 “손녀들이 이 인형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너무 비싸 그동안 단 한 개도 사줄 수가 없었다”며 웃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베네수엘라#바비 인형#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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