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영순]‘방관자 자세’가 안전사고 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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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재미있는 실험 하나. 대학생들을 방마다 한 명씩 넣는다. 서로 얼굴을 보지 못하게 하고 대화를 나누게 한다. 한 참가자가 “머리가 아프다. 쓰러질 것 같다”는 말을 남기고 조용해진다.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 사람이 많은 그룹일수록 위급상황을 외부에 알리는 비율이 떨어졌다. 참가자가 2명일 때 85%에 이르던 반응 비율이 7명일 때는 31%로 떨어졌다. 사람들은 “누군가 다른 사람이 외부에 알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대답했다. 책임을 서로 미룬 것이다.

비슷한 실험이 하나 더 있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을 회의실에 대기하게 하고 연기를 들여보냈다. 혼자 대기하던 사람의 75%는 2분 이내에 회의실에서 뛰쳐나왔다. 하지만 대기 인원이 많을수록 회의실에서 나오는 시간이 길어졌다. 10명이 모여 있던 그룹은 대피하는 데 평균 6분이 걸렸다. 참가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만히 있어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는 1968년과 1969년에 실시된 달리와 라테인, 로빈과 라테인의 실험이다. 이처럼 혼자 있을 때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책임을 미루는 걸 심리학에서는 ‘방관자 효과’라고 한다.

방관자 효과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몇 해 전 전북 군산시에서는 술에 취한 남자가 왕복 4차선 도로 중앙에 누워 있다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도로를 지나던 23대의 차량 중 19대가 피해자가 도로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누구도 위험하다고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신고하겠지’ 하고 서로 책임을 미룬 결과가 결국 피해자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산업현장에서도 방관자 효과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사업장 내의 위험요인을 보고도 ‘누군가 조치를 취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치할 경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산업현장에서는 한 해 9만여 명의 산업재해자와 2000여 명의 산업재해 사망자가 발생한다. 방관자 효과만 줄여도 상당수의 근로자들이 사고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일터에서 방관자 효과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우리 스스로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사소한 위험요인이라도 절대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 사업주와 근로자들이 안전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습관으로 만들 때 보다 안전하고 건강해진다. 우리 주변의 사고유발 요인은 없는지 살펴보자. 위험요인을 찾아내 제거하자. 안전에 대해서만큼은 ‘방관자’가 없기를 바란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방관자#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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