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아베에 ‘역사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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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APEC]한중, 중일 정상회담
아베와의 첫 정상회담서… “역사는 13억 인민문제” 지적
日 “관계 개선 첫걸음” 의미 부여… 中언론 “日요청 받아들여 만나”

아베 가슴에 ‘납북자 구출’ 푸른 리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양복 왼쪽 깃에 부착한 2개의 배지. 
아래 푸른색 리본(점선)은 납북 피해자와 일본의 가족이 푸른 하늘을 보며 재회의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아베 
내각과 정부 인사들이 항상 달고 다닌다. 위의 황금색 네모 배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상징하며 각국 정상이 
부착한다.
아베 가슴에 ‘납북자 구출’ 푸른 리본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양복 왼쪽 깃에 부착한 2개의 배지. 아래 푸른색 리본(점선)은 납북 피해자와 일본의 가족이 푸른 하늘을 보며 재회의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는 의미를 담은 것으로 아베 내각과 정부 인사들이 항상 달고 다닌다. 위의 황금색 네모 배지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상징하며 각국 정상이 부착한다.
10일 오전 11시 50분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첫 만남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시 주석은 시종 굳은 표정으로 외교적 결례를 감수한 듯한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접견실에서 상대를 기다린 쪽은 손님인 아베 총리였다. 이곳에는 양국 국기도 걸리지 않았다. 조금 늦게 들어선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미소를 띤 채 악수를 청하며 인사말을 건넸지만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는 특히 아베 총리의 통역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정면의 취재진을 향해 얼굴을 돌려 버렸다. 머쓱해진 아베 총리는 굳어진 표정으로 취재진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했다. 시 주석은 기념촬영 때도 아베 총리로부터 가급적 거리를 두려 했다. 중국중앙(CC)TV는 두 정상이 악수하는 장면에서 시 주석을 정면으로 보여주는 대신 아베 총리는 뒤통수만 나온 화면을 내보냈다. 회담 장면은 공개하지도 않았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아베 총리를 향해 작심한 듯 훈계성 지적을 쏟아냈다. 그는 “역사를 거울삼아 미래를 향한다는 정신으로 미래지향적 양국 관계를 추진해야 한다”며 “역사 문제는 인민 13억 명의 감정과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현 상태로는 일본을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 그러면서 △일본이 계속 평화발전의 길을 걷고 △세밀하고 신중한 군사안보 정책을 채택하며 △주변국과 신뢰를 증진하는 데 도움 되는 일을 많이 하고 △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목조목 주문했다.

아베 총리는 회동 뒤 일본 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전략적 호혜관계의 원점에 다시 서 관계를 개선시킬 제1보(步)가 됐다”고 말했다. 곧바로 뒤에 있던 일본 정부 관계자가 “기자회견을 끝내겠다”고 하자 그는 겸연쩍은 듯 웃고는 이렇게 추가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무대를 이용해 정상 간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조용한 노력을 거듭해왔다.”

관영 신화(新華)통신 등 중국 언론은 이번 회동을 ‘응약회견(應約會見)’으로 표현했다. 일본 요청을 받아들여 만나줬다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이날 아침까지도 일본에 회담 시간을 알려주지 않았다. 취재진도 시작 30분 전에야 시간을 통보받았다. 시 주석은 이날 한국 등 다른 정상과는 책상을 2열로 둔 채 정식 회견을 했지만 아베 총리와는 소파에 앉아 대화하는 약식 회동으로 격을 낮췄다.

하지만 이날 밤 만찬에서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각국 정상 부부를 맞이한 시 주석은 아베 총리가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와 함께 들어서자 다소 누그러진 표정으로 악수를 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시진핑#아베#역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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