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韓中, 김치 검역완화-관세인하 주고받기 가닥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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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FTA협상서 의견접근… 초민감품목으로는 유지할듯
정부 “중국 수출 빗장 풀 기회”… 국내 김치업계-농가 타격 우려

한국과 중국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현행 20%인 김치 관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수입 김치 가격이 낮아져 소비자 부담은 줄겠지만 국내 김치업계와 농가에는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 중국 베이징에서 진행 중인 한중 FTA 14차 협상에서 김치를 초민감품목(우선보호품목)에서 제외하자는 중국 측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중국의 끈질긴 추가 개방 요구 수용

정부 관계자는 “중국 측이 김치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검토 중”이라며 “다만 인하 수준과 감축 기간을 두고 아직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치를 초민감품목으로 유지하면서 관세율을 부분 감축하는 안이 유력하다.

한국은 단계적 관세 인하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길게 잡고 인하율도 10%포인트 안팎으로 낮게 하자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관세를 완전히 철폐하면서 감축 기간도 10년 안팎으로 짧게 가자고 요구하고 있다. 협상 결과에 따라 김치 관세가 현행대로 유지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 양국은 그동안 김치 관세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은 올 1월 중국에 제시한 초민감품목 목록에 가공식품 중 유일하게 김치를 포함시키며 양허 제외를 요구했지만, 중국은 줄곧 추가 개방을 주장했다.

평행선을 달리던 상황은 올 7월 열린 한중 정상회담 이후 바뀌었다. 중국이 한국산 김치에 적용하던 검역 기준을 낮추겠다고 밝히면서다. 중국은 자국의 가열처리 절임채소인 파오차이(泡菜)의 검역 기준(100g당 대장균군 수 30마리 이하)을 김치에도 적용해 한국산 김치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 김치를 발효식품으로 인정해 대장균군 수 대신 잔류 농약 및 중금속 함유 여부 등을 따지는 미국 일본 등과는 대조적이다.

한국 김치업체들은 일본에 연간 2만 t 가까이 김치를 수출하면서도 중국에는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 들어오는 김치는 전량 중국산이다. 가격은 10kg에 7000∼8000원 정도로 한국산(3만 원 안팎)의 4분의 1 수준이다.

○ 국내 시장 잠식 불가피할 듯

정부는 김치 관세율을 낮춰도 국내 김치업체와 농가에 미치는 타격이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김치가 연간 1억 달러(약 1080억 원)어치 이상 수입될 정도로 관세 장벽이 이미 낮은 데다 부정적 인식 탓에 값이 내려도 일반 가정의 식탁에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산업부 관계자는 “중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위생적으로 믿을 만한 한국산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차별화한 마케팅으로 중국 시장에 접근한다면 한국에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낙관적으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김경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다고 해도 가격이 떨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가격에 민감한 식당, 급식소 등에서 수입 김치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김치가 한국인의 정서를 상징하는 식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 시장 개방에 따른 사회·문화적 논란을 피하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김치#검역#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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