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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뒤틀린 세상에 대한 답없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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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뒤틀린 세상에 대한 답없는 질문

박훈상기자 입력 2014-11-08 03:00수정 2014-11-08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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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늙지 않는다/김경욱 지음/315쪽·1만3000원/문학과지성사
김경욱, 7번째 단편소설집 펴내
잘생긴 외모의 김경욱 작가는 사진기 앞에서 성실하기까지 했다. 그는 작가의 말에 “소설 쓰기에 ‘마일리지’는 없다. 매번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 열두 권의 책을 냈든, 120권의 책을 냈든 마찬가지. 이것이야말로 소설 쓰기의 매력이 아닐까”라고 썼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012년 12월 31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은 62세 아파트 경비원이 자신이 일하는 아파트의 42m 높이 굴뚝 위로 올라갔다. 그는 복직을 요구하며 새해 첫 동이 틀 때까지 섭씨 영하 10도의 강추위 속에 밤새 쏟아지는 눈을 맞으며 버텼다.

소설가 김경욱 씨(43)가 쓴 단편 ‘개의 맛’에선 사사건건 ‘빨갱이’를 입에 올리는 공안 출신 중년 사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우두머리 격인 ‘어르신’의 행방을 찾아 떠나고 특유의 촉으로 그가 있다는 아파트 단지에 도착한다. 그런데 그 어르신이 아파트 굴뚝 위에 올라가고, 그가 내려뜨린 ‘펼침막’에는 ‘우리는 아직 일할 수 있다. 일방적 해고는 살인이다’란 글귀가 적혀 있었다.

궁금했다. 당시 아파트 경비원이 해고에 항의해 굴뚝에 올라갔다는 얘기 자체는 실화다. 당시 필자는 사회부 기자로서 취재해 기사까지 썼는데, 그가 공안 출신이었나. ‘개의 맛’을 포함해 일곱 번째 단편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를 출간한 김 작가를 만났다.

“노인 실업에 관심이 있었어요. 사회와 나라를 위해 청춘을 바쳤다고 생각할 텐데 나이를 먹어서 일을 못한다면 어떨까. 굴뚝에 올라간 경비원 기사를 보면서 우리 근현대사를, 그분 또래인 산업화 세대의 삶을 생각했어요. 이런 발상이 생겼어요. 공안 쪽에 일하던 사람들은 지금 무얼 하고 있을까. 노년의 생활고나 실업 문제 등은 과거 무슨 일을 했는지와 상관없이 닥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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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계간지에 발표한 소설 9편을 보면 그가 바라본 한국 사회의 오늘과 미래가 정교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직조돼 있다. ‘아홉 번째 아이’에선 산업화 세대인 ‘김 상사’가 등장하고, ‘스프레이’에선 아파트 층간소음 문제와 택배 분실 사고가 얽혀 있고, ‘인생은 아름다워’에선 자살 면허를 발행하는 가까운 미래의 한국이 펼쳐진다.

―소설 속에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녹아 있다.


“소설은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거다. 뉴스를 관심 있게 보는데, 사회 구조적 문제나 인간이 무엇인지 궁금해지면 소설로 써본다. 해답은 없지만 다른 매체에서 전달하는 것과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싶다.”

―김경욱 하면 ‘영화적 상상력’ ‘문화적 코드’가 수식어로 붙었는데 낯설다.


“소설을 쓴 지 20년이 됐다. 20대 때는 나와 가까운 주변에 대한 관심이 컸다. 시간이 지나고 나이를 먹으면서 내가 아닌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예전에 쓴 소설을 보면 일인칭으로 많이 썼는데 이제는 삼인칭이 익숙하다. 이제 일인칭으로 쓰려면 낯설다. 하나의 징후가 아닐까.”

―세월호도 숙제겠다.

“1982년 경남 의령군에서 민간인 56명이 우모 순경의 총에 살해당한 총기 난사 사건을 소재로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개와 늑대의 시간’을 연재하고 있는데, 언론 보도를 보면 당시나 세월호나 구조적인 모순을 지적하는 게 똑같다. 당시 사건의 희생자를 키운 구조적인 모순이 여전히 해결이 안 된 것이다. 다듬고 퇴고할 때 세월호 관련 문제의식도 많이 담을 것이다.”

―단편소설들이 재밌지만 조금 어둡다.

“어두운가. 사회의 부조리나 모순,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 소설이다. 소설 쓸 필요가 없는 사회가 오면 정말 좋을 것이다. 현미경으로 찾아봐도 문제가 보이지 않으면 소설을 쓸 수 없더라도 좋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년은 늙지 않는다#노인 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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