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보육법 ‘국가-지자체 몫’… 시행령엔 ‘시도교육청이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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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복지 논란 전국 확산]누리과정 예산, 법률적으로 누구 부담이 맞나
상-하위법 충돌… 아전인수 해석
정부-지자체-교육청 책임 떠넘겨

누리과정을 둘러싼 쟁점 중 하나는 현행법이 누리과정 예산 부담을 누구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을 근거로 “시도교육청의 책임”이라고 주장한다. 반대로 야당과 전국 시도 교육감은 상위법인 영유아보육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을 근거로 “중앙정부의 책임”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2월 개정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3조 1항은 무상교육의 비용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에 따른 보통 교부금으로 부담한다고 규정했다. 보통 교부금이란 시도 교육청의 재정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매년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돈을 말한다. 이는 시도 교육청의 예산으로 편성돼 교육청의 주요 정책이나 사업에 쓰인다. 정부는 이 조항에 따라 정부가 매년 교육청에 주는 교부금으로 누리과정 지출을 교육청이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이 조항이 상위법인 영유아보육법 제34조 3항과 배치될 소지가 있다는 것. 3항은 무상교육 실시에 드는 비용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에 1차적인 예산 부담이나 최소한의 보조 의무를 지우고 있다. 야당과 교육청은 이 조항을 근거로 들며 하위법인 시행령이 상위법을 일탈했다고 주장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에게 제출한 법 해석에 따르면, 이를 해석한 자문위원 4명 중 3명은 야당과 교육청 손을 들어줬다.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 교부금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교부금 본래 사용 목적인 ‘교육’이 아니라 ‘보육’에 쓰는 것이기 때문에 법 위반이라는 해석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교부금의 사용 목적을 ‘교육’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영유아보육법과 시행령 사이의 괴리가 해결돼야 끝날 것으로 보인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하위법인 시행령이 상위법인 법률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헌재의 결정이 언제 나올지 기약할 수 없기 때문에 갈등이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법 사이의 괴리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누리과정 예산#영유아보육법#무상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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