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산 쇠고기 점유율 53%… 축산농가 ‘한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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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쇠고기 시장 분석해보니

한우 위협하는 수입육
주부 김혜정 씨(42)는 한 달에 2, 3차례 호주산 쇠고기를 사다 먹는다. 돼지고기 삼겹살과 비슷한 가격에 쇠고기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따금 외식하는 패밀리레스토랑인 빕스나 아웃백, TGI프라이데이 등에서도 호주산 쇠고기로 스테이크를 만든다.

수입량이 최근 10년간 배로 급증하는 등 호주산 쇠고기가 한국인의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이후 수입이 급증할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크게 소비되지 않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축산 농가들은 이런 상황에서 한-호주 FTA마저 국회 비준 동의를 받는다면 호주산 쇠고기로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6일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 등에 따르면 호주산 쇠고기의 외국산 시장 점유율(올해 1∼9월 누적 기준)은 53.6%로 미국산(36.9%), 뉴질랜드산(8.6%)을 크게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2001년 쇠고기 수입 시장 개방 이후 2003년까지만 해도 미국산 쇠고기는 시장 점유율 67.9%로 호주산(21.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광우병 파동을 겪은 뒤 전세가 역전됐다.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도 급증세다. 호주산 쇠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14만2797t으로 10년 전인 2003년(6만4127t)의 2.2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량은 19만9409t에서 8만9239t으로 10년 사이 절반 이상 줄었다.

이는 ‘호주산=청정육’으로 간주되는 데다 가격 경쟁력도 높기 때문이다. 구이용으로 많이 먹는 호주산 쇠고기인 ‘척아이롤’은 이마트에서 이달 100g당 2180원으로 한우(7100원)의 30%에 그친다. 최근에는 삼겹살 가격이 급등하자 호주산 쇠고기는 국산 고급 삼겹살(2840원)보다도 싸고, 국산 일반 삼겹살(2100원)과도 가격이 비슷하게 됐다. 변상규 이마트 축산 바이어는 “캠핑용 바비큐나 스테이크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호주산 쇠고기가 인기”라고 전했다. 반면 미국산 쇠고기는 4인분을 시키면 4인분을 얹어 주는 일명 ‘4+4 쇠고기 식당’ 등에 집중 공급되는 등 대표적인 ‘저가 쇠고기’로 유통되고 있다.

축산 농가들은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미미했던 한미 FTA와 달리 한-호주 FTA의 위력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 한-호주 FTA가 발효되면 호주산 쇠고기의 관세율(현재 40%)이 매년 약 2.6%포인트씩 낮아져 2030년에는 무(無)관세로 식탁에 오른다. 또 한-캐나다 FTA 역시 올해 3월 타결된 데에 이어 6월에 가서명되어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호주 및 캐나다와의 FTA가 내년에 발효될 경우 향후 15년간 축산 농가들이 1조7583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추산했다.

축산 농가들의 연합체인 ‘축산관련단체협의회’ 소속 3만여 명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FTA 근본 대책 수립 촉구 및 국회 비준 반대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농식품부가 축산 농가의 피해액을 과소 계상했다며 △정책 자금 지원 금리 인하 △FTA에 따른 무역이득 공유제 법제화 △FTA 피해 보전 직불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창호 축산관련단체협의회장은 “축산 농가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대(對)정부 강경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황명철 농협경제연구소 축산경제연구실장은 “축산 농가에 대한 현실적인 지원책과 함께 한우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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