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권영진 대구시장, ‘좁은 현장’서 벗어나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시민중심의 행정이 변화와 혁신이다.” “현장에 있는 시민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자세로 일해야 한다.” “시민이 있는 곳이 우리(공무원)가 있을 곳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3일 직원 전체회의에서 강조한 말이다. 권 시장이 “대구의 변화와 혁신에 목숨을 걸겠다”는 강한 의지로 시장에 당선된 후 5개월이 지났지만 그의 말에는 여전히 비전이나 전략보다는 ‘변화’ ‘혁신’ ‘소통’이라는 세 단어가 피상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막히지 않도록 한다는 이런 말의 뜻을 모르는 시민이 있을까.

취임 후 직원회의나 공개적인 자리 등에서 권 시장이 하는 말을 살펴보면 ‘변화와 혁신만 강조할 게 아니라 실질적인 내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변화와 혁신, 소통 같은 말은 선거 때 지겹도록 들었으므로 그런 게 절실하다는 데는 대부분 공감할 것이다. 이제 그 구체적인 방향이라도 명확하게 보여줄 때가 됐다.

권 시장은 ‘현장소통시장실’을 변화와 혁신, 소통의 상징으로 여기는 것 같다. 취임 후 40여 차례 민원현장을 찾아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찾는 모습이 일각에서 비교적 좋은 평가를 하는 데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도 직원들에게 “현장소통시장실은 시정의 기본 철학이고 바탕이며 임기 내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가야만 답이 있다”며 현장행정을 특히 강조한다.

그러나 권 시장이 생각하는 현장은 너무 좁다. 광역단체장의 현장이 꼭 민원이 발생한 물리적 공간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과 세계가 현장이어야 한다. 대구의 도시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략과 비전이 꿈틀거리는 ‘머릿속’도 중요한 현장이다. 가령 집무실에서 ‘서울 부산 인천 대전 등에 비해 대구가 지금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것도 광역단체장에게 적합한 현장일 수 있다.

현장소통시장실에 대구 8개 기초지자체가 보이지 않는 것도 생각할 점이다. 민원현장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기초단체장에게 있는데도 광역시장이 현장소통을 이유로 너무 자주 뛰어다니면 기초와 광역지자체의 합리적인 행정절차를 무시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기초지자체의 역량을 키우는 것도 광역지자체의 중요한 과제이다.

권 시장은 이제부터라도 변화와 혁신, 소통이라는 말을 가급적 자제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대신 대구시민이나 타 지역에서 “아, 저런 게 바로 변화와 혁신, 소통이구나” “대구가 저렇게 달라지고 있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목표를 둬야겠다. 진짜 창의적인 사람은 “창의성이 중요하다”와 같은 뻔한 말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