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홈런 사나이들의 위대한 전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1월 5일 06시 40분


이승엽-박병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이승엽-박병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 이승엽-박병호 KS 첫 맞대결

이승엽 30홈런 부활…큰 경기 강점
박병호 ‘만화 같은’ 홈런 폭발 기대

야구의 꽃은 홈런이다. 3점차도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극적인 홈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포스트시즌 특히 한국시리즈(KS)에서 홈런의 가치는 더 빛난다. 2002년 삼성은 한국시리즈에서 1982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6차전에서 9회말까지 6-9로 뒤져 패색이 짙었지만 이승엽(38·삼성)의 결정적 3점홈런과 마해영의 끝내기홈런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2년의 시간이 흐른 2014년. 이승엽은 자신보다 열 살 아래인 새로운 홈런왕 박병호(28·넥센)와 한국시리즈에서 만났다. 위대한 홈런타자들이 최고의 무대 한국시리즈에서 거포 대결을 펼친다.

● 50홈런 타자의 KS 승부

긴 시즌을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50홈런 타자는 수십 년 동안 서너 명만 만날 수 있는 위대한 기록이었다. 1957년부터 1993년까지 무려 36년 동안 시즌 50홈런은 단 5명.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스테로이드(근육강화제)’가 퍼지며 50홈런 타자가 급증했지만 ‘유기농’타자들이 다시 타석에 서며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승엽과 박병호는 한국프로야구에 단 3명밖에 없는 50홈런타자의 주인공이다. 지금까지 50홈런은 이승엽(1999년 54홈런, 2003년 56홈런), 심정수(2003년 53홈런), 그리고 박병호(2014년 52개)뿐이다.

박병호는 고교시절부터 자신의 우상이었던 이승엽이 세운 위대한 기록에 다가가고 있는 리그 유일의 타자다. 홈런왕 3연패를 달성하며 이승엽(2001∼2003) 이후 첫 번째 홈런1위 4연패도 도전한다.

● 이승엽·박병호 영화보다 더 극적인 홈런의 주인공

올해 한국시리즈는 1∼4차전이 모두 타자친환경적인 대구와 목동에서 열린다. 하일성 KBSN 해설위원은 “어떤 팀이 어떤 상황에서 홈런을 날리느냐가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 타자가 유리한 구장에서 열리는 시리즈인데 넥센에는 50홈런 박병호, 40홈런 강정호가 있다. 삼성에도 큰 경기에 강하고 올해 다시 30홈런 고지에 오른 이승엽이 있다”고 말했다.

홈런타자는 에이스급 투수가 연이어 등판해 집중 견제하는 단기전에서 종종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그러나 이승엽과 박병호는 달랐다.

이승엽은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수많은 극적인 홈런을 때린 슈퍼스타다.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의 3점홈런도 시리즈 승부를 단숨에 뒤집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잘 치면 시리즈가 쉽게 끝날 것이고, 아니면 작년처럼 길어질 것이다”며 깊은 신뢰를 보였다.

현 시대를 지배하고 있는 박병호도 지난해 포스트시즌 데뷔 시리즈였던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0-3으로 뒤진 9회말 2아웃에서 두산 니퍼트 상대로 만화 같은 3점홈런을 터트렸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침묵하고 있지만 넥센 염경엽 감독은 “타격감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병호를 믿는다”고 말했다.

거포 이승엽과 박병호. 2014한국시리즈에선 누가 웃을까.

대구|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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