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홀몸노인 고독사 예방 ‘장수노트’ 미리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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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공영장례’ 확대 도입

광주 서구가 홀몸노인의 장례를 지역 주민과 함께 치러주는 ‘공영장례’를 확대 도입하기로 했다. 생전에 외로움에 시달리던 노인이 죽음 뒤에도 쓸쓸한 장례를 맞지 않도록 지역 사회와 함께 나서겠다는 의미다.

서구는 이달 중순까지 ‘장수노트’를 작성해 공영장례를 신청한 홀몸노인 20여 명 가운데 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이라고 2일 밝혔다. 장수노트는 홀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홀몸노인이 생전에 장례 계획을 직접 작성하도록 한 일종의 ‘임종 기록부’다. 키우던 애완견이나 TV는 누구에게 남길지, 어떤 종교 방식으로 장례를 치를지, 꼭 부르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지 등 장례 절차와 내용을 쓰게 돼 있다. 장수노트는 일본에서 유행했던 ‘임종노트’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큰 차이가 있다. 바로 지역 주민과 참여해 장례를 치르게 설계돼 있다는 점이다.

서구는 광주에서 처음으로 공영장례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고독사한 사람의 장례를 주민들과 주민센터가 상주가 돼 치러주는 것이다. 광주 서구 상무2동 주민들은 올해 7월 동네 원룸에서 홀로 숨진 50대 남성의 장례를 치러줬다. 금호동 주민들은 8월 우울증을 앓다 고독사한 40대 여성의 장례를 치렀다. 서구는 관내 장례식장 7곳과 협약을 체결해 홀몸노인의 장례는 할인율을 높게 적용받을 수 있게 됐고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 덕분에 장례식 한 건에 예산 150만 원 정도가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연간 7명 안팎의 홀몸노인이 숨지는 것을 감안해 서구는 이 사업을 위해 예산 1275만 원을 편성했다.

서구가 장수노트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홀몸노인들에게 사전에 공영장례 신청을 받아 활성화하려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장수노트는 홀몸노인들에게 누군가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고독사 예방 장치’이다.

무연고 장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공영장례 지원제도는 2007년 섬이 많은 전남 신안지역에서 처음 시행됐다. 무연고자나 기초수급자 장례는 섬에 장례식장이 없어 육지인 목포, 무안에서 장례를 치러 비용이 많이 든다. 부족한 정부 장례지원금을 자치단체와 주민들이 보충하면서 시작됐다.

도시에서도 공영장례 지원제도가 확산되고 있다. 광주 서구는 물론이고 북구, 남구도 운영 준비를 마쳤다. 윤정승 광주 서구 주거생활복지팀장(46)은 “장수노트는 공영장례 활성화 못지않게 홀몸노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확인하거나 중복 서비스를 확인하는 등 복지 효율성을 높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광주#홀몸노인#고독사#장수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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