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전에 못 들려드린 思父曲, 영전에 바칩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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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정성조씨 아들 정중화 서울예종교수, 첫 트롬본 앨범 헌정

2일 오후 서울 이태원로 재즈클럽 ‘올 댓 재즈’ 벽에 걸린 부친의 사진 앞에서 트롬본을 든 정중화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일 오후 서울 이태원로 재즈클럽 ‘올 댓 재즈’ 벽에 걸린 부친의 사진 앞에서 트롬본을 든 정중화 서울예술종합학교 교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달 26일 별세한 재즈음악계 원로 정성조 전 KBS관현악단장의 외아들 정중화 서울종합예술학교 교수(43)가 부친에게 헌정하는 앨범 ‘오텀 레인(가을비)’을 4일 세상에 내놓는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재즈클럽 ‘올 댓 재즈’에서 만난 정 교수는 “아버님 생전에 들려 드리려 앨범 제작에 박차를 가했지만 그럴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인이 이끌던 ‘정성조 퀸텟’의 베이시스트로서 10년 전부터 이 클럽 무대에 서 왔다. 부친의 암 투병 사실을 알게 된 7월 13일 저녁을 그는 선하게 기억했다. “이곳 무대에서 아버지와 연주를 끝내고 여의도 집에 모셔다 드리던 차 안이었어요. ‘너, 놀라지 마라. 내가 암에 걸렸다. 말기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너무 놀라 눈물을 흘렸죠.”

앨범을 펼치면 ‘지금 많이 편찮으신 제 아버지께 이 앨범을 드립니다’란 문구가 보인다. “무대서 신곡 2곡을 들려 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웃으면서 ‘이거 대박감인데…’ 하셨던 기억이 나요. 나머지 7곡은 결국 못 들려드렸네요.” 8월 병석에 누운 부친을 보며 5분 만에 지었다는 헌정곡 ‘파더’도 7곡 중 하나다.

이번 앨범은 베이시스트로 활동해온 정 교수가 트롬본 연주자로 처음 낸 음반이다. 중 3때 베이스기타를 잡은 것도, 2006년 늦깎이로 트롬본을 배운 것도 부친의 영향이다. 정 교수는 “음악을 하겠다고 했더니 아버지가 처음엔 ‘넌 힘든 삶을 살지 마라’며 반대했어요. 제가 고집을 부리니까 ‘이왕 할 거면 생계를 위해서라도 일거리가 많은 베이스를 하라’고 했죠. 나중엔 작·편곡에 도움 되는 관악기를 꼭 하나 더 배워두라고 하셨어요. 부자가 한 무대에 서고 싶어 아버지가 연주하는 색소폰 대신 전 트롬본을 택했죠.”

정 교수는 “아버지는 투병 직전에도 경희대 음대 박사과정에 다녔다. 이젠 편하게 좀 사시라고 했는데 즉흥연주가 강조된 비밥 재즈 연구에 몰두했다.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작·편곡과 음악 연구를 해온 아버지는 누구보다 부지런한 음악인이었다”고 했다. 고인은 2011년 정년퇴임 후 정 교수가 졸업한 미국 뉴욕 퀸스칼리지 음대 석사과정을 마쳤다. 아들의 후배가 됐다.

정 교수는 10년 전 부친과 녹음한 미공개 앨범 ‘파더 앤드 선’도 발표할 계획이라고 했다. “어린 시절 매일 거실 전축에서 흘러나온 재즈가 절 만들었어요. ‘도레미파’보다 ‘겸손한 인간이 되라’고 가르쳐준 아버지와 같은 뮤지션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정성조#정중화#오텀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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