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선전대원 전락 英기자, 가문은 中혁명에 깊이 관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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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조부는 쑨원 목숨 두 번 구해줘… 조부, 中공산정권 지도부와 교류
IS, 같은 종파 수니파 부족도 학살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잡혀 선전대원으로 이용되고 있는 영국인 사진기자 존 캔틀리 씨 집안이 중국의 국부 쑨원(孫文)의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는 등 중국 혁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AP통신에 따르면 캔틀리 씨의 증조부 제임스 캔틀리는 홍콩에서 활동하던 의사로, 1887년 홍콩대의 전신인 홍콩 화인서의서원(華人西醫書院)을 세웠다. 첫 입학생 중 한 명이던 쑨원은 1895년 청(淸) 왕조를 전복하기 위해 광저우(廣州)에서 쿠데타를 모의한 사실이 알려져 여장을 하고 홍콩으로 도피했다. 제임스는 당시 쑨원을 자기 집에 숨겨줬다.

제임스는 이듬해 런던으로 돌아갔고 쑨원도 그해 혁명자금 모집차 영국에 갔다. 하지만 런던 주재 중국공관에 감금돼 중국으로 압송될 처지에 놓였다. 이때도 제임스가 현지 언론과 경찰, 외교부는 물론이고 총리까지 접촉하며 감금 12일 만에 그를 빼냈다.

제임스의 아들 케네스 캔틀리도 1930년대 중국 철도부의 기술고문으로 일했고 1949년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선 뒤에도 중국 지도부와 깊은 관계를 유지했다. 그가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와 만나서 한 대화는 영국의 외교문서로 보존돼 있다. 케네스는 1986년 숨졌다. 케네스의 아들이자 존 캔틀리 기자의 아버지인 폴 캔틀리는 아들 구명 운동을 벌이다 지난달 폐렴 합병증으로 숨졌다.

2012년 11월 시리아 북부에서 납치된 존 캔틀리 씨는 다른 기자들과 달리 참수되지 않고 IS의 선전 영상에 등장하고 있다. 캔틀리 씨의 선조가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혁명과 건국에 기여했다고 본다면 캔틀리 씨는 서아시아에서 IS의 선전에 강제로 이용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IS는 같은 종파인 수니파 부족까지도 자신들에게 적대적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학살하고 있다. IS는 2일 안바르 주 라스 알마 마을을 공격해 수니파 남성 40명, 여성 6명, 어린이 4명을 나란히 세운 뒤 한 명씩 총으로 쏴 공개 처형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IS는 이틀 전인 지난달 31일에도 자신들과 싸우다 후퇴하던 이 부족 일원 50명을 한 줄로 세워 집단 총살했다. 30일에는 안바르 주 히트 마을과 라마디 북쪽 등 2곳에서 시신 200여 구가 발견되는 등 IS에 목숨을 잃은 시아파 부족민은 최소 300명으로 추정된다.

주이라크 유엔사무소는 지난달 이라크의 민간인 사상자가 2346명이라고 밝혔다. 민간인 사상자 수가 2000명을 넘은 것은 IS가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6월부터 다섯 달째 계속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 최창봉 기자
#IS 영국 기자#존 캔틀리#IS#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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