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추가 양적완화-연기금 주식투자 확대… 국내 증시 영향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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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엔 호재… 수출株는 악재

일본이 양적완화 확대와 연기금 해외투자 확대 방침을 발표하면서 한국 주식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엔화 약세 현상이 강화돼 수출주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한편 일본에 더 많은 돈이 풀리면서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일본 투자자가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일본은 글로벌 자산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두 가지 결정을 내놨다. 일본 중앙은행은 연간 자산 매입 규모를 기존 60조∼70조 엔에서 80조 엔으로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를 단행했다. 동시에 한국의 국민연금에 해당하는 일본공적연금(GPIF)은 현재 23%인 해외 주식 및 채권 비중을 중장기적으로 40%까지 늘리는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내놨다. 이렇게 되면 GPIF의 해외 투자 금액은 약 17조 엔(약 163조 원) 늘어나게 된다.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로 엔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되면 해외 시장에서 일본과 경쟁하는 우리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악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자동차, 철강, 기계류의 경쟁력이 약해져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준 국제금융센터 부장은 “그동안 가격 인하에 소극적이었던 일본 기업들이 추가 엔화 약세를 기대하고 수출 단가 인하에 나선다면 국내 수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에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연평균 원-엔 환율이 100엔당 990원이라고 가정할 때 내년 평균 환율이 950원까지 떨어지면 내년 수출은 4.2%가 줄고, 900원까지 밀리면 8.8%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대(對)중국 수출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엔화 약세 상황에 수동적으로 대응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을 벗어나 창의적 기술로 위기를 돌파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2일 “엔화 약세를 통해 일본에서 수입하는 자본재 가격이 하락할 수 있고, 이를 기업 체질 개선에 활용하면 국가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유동성 공급이 늘어나고 일본 공적연금이 해외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은 한국 증시에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산 규모 127조 엔(약 1216조 원)에 달하는 GPIF가 해외 증시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한국으로도 자금이 몰려올 수 있기 때문이다.

GPIF는 이미 올해 초부터 국내 증시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지수 하락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증시에 들어온 일본계 자금은 2조5130억 원(9월 말 기준)으로 미국(3조9980억 원) 다음으로 많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빠져나갔던 일본계 자금은 GPIF가 본격적으로 해외 비중을 높이기 시작한 4월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일본의 양적완화는 한국 입장에서는 글로벌 유동성의 증가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유동성이 풍부한 일본계 자금이 한국 증시로 유입돼 수급 환경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일본 양적완화#연기금 주식투자#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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