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중간평가-후속조치 확정… 기관장 해임-임금동결 ‘0’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방만경영 개혁 용두사미

부실 공공기관의 부채 감축과 방만 경영 개선을 위한 중간평가 결과 정부가 기관장 해임, 임금 동결 등 중징계를 단 한 건도 내리지 않기로 했다. 당초 ‘기관장 해임도 불사하겠다’던 정부가 상당수 공공기관이 방만 경영 개선 시한을 지키지 못했는데도 징계를 하지 않아 공공기관 정상화가 용두사미로 끝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또 평가 대상을 규모가 큰 공공기관과 준정부기관으로 축소하는 ‘2단계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경기부양을 위해 공공기관의 투자 확대가 절실한 최경환 경제팀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강도 높게 진행돼온 공공기관 개혁의 고삐를 늦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향후 공공기관 개혁의 방향도 ‘방만 경영 정상화’에서 ‘기능 조정’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30일 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된 38개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 개선 및 부채 감축 실적을 점검한 결과를 바탕으로 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공기관 정상화 중간평가 결과 및 후속조치’를 확정했다.

이날 정부는 38개 공공기관 중 부산대병원을 제외한 37곳이 방만 경영 개선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공공기관들의 직원 1인당 평균 복리후생비는 427만 원에서 304만 원으로 줄었다. 또 방만 경영 개선으로 향후 5년간 1조 원의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부채 감축 부문에서는 18개 과다 부채 공공기관 중 한국광물자원공사와 대한석탄공사를 제외한 16곳이 감축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올해 예상됐던 부채 규모보다 빚이 9조7410억 원 줄어드는 등 18개 공공기관은 당초 목표치(20조1000억 원)보다 4조3000억 원을 초과한 24조4000억 원의 부채를 감축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중간평가 과정에서 일부 공공기관이 방만 경영 개선을 완료하지 못했거나 개선 시한을 못 지켰는데도 정부가 징계를 내리지 않아 ‘솜방망이 개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대병원은 방만 경영 개선 노사 합의를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정부는 부산대병원의 법인 전환으로 공무원연금 혜택이 없어진 점 등을 감안해 연말까지 징계를 유예해 주기로 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정부에 제출한 방만 경영 개선안에 대한 노조 조합원 투표 절차가 남아 있는데도 조건부로 이를 인정해줬다.

또 38개 공공기관 중 방만 경영 개선 시한을 지킨 곳이 21곳에 불과했는데도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당초 정부는 중간평가 결과 하위 30% 공공기관 중 실적이 지나치게 부진한 기관에 대해서는 기관장 해임과 전 직원 임금 동결 등 중징계를 내리기로 한 바 있다.

그 대신 정부는 중간평가 결과 실적이 우수한 20곳의 공공기관에 성과급을 지급하고 과다 부채로 지난해 경영평가 성과급이 50% 삭감됐던 6곳 중 한국전력 등 4곳은 삭감된 성과급의 절반을 복원해주기로 했다. ‘채찍’ 대신 ‘당근’을 꺼내든 것이다.

또 한국거래소 등 방만 경영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던 27곳 중 26곳을 중점관리기관에서 해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방만 경영을 이유로 공공기관에 묶여 있던 한국거래소는 이르면 올해 안에 공공기관 지정 해제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광해 기재부 공공정책국장은 “공공기관 정상화의 목적은 기관장 해임이나 임금 동결이 아니라 방만 경영 해소”라며 “노사의 극단적 대치를 피하면서도 정부가 유연성을 발휘해 방만 경영 개선을 이끌어낸 것이 긍정적인 점”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현오석 전 부총리 때 강도 높게 진행됐던 공공기관 개혁 기조가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 부총리 취임 이후 경기부양에 집중하고 있는 정부가 공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기관 개혁 수위를 낮췄다는 것이다. 또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공무원 노조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강도 높은 공공기관 개혁으로 노동계와의 갈등을 키우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최 부총리는 “개혁의 종착역은 공공기관이 생산성 있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데 있다”며 “이를 위한 체계적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재부는 이날 공운위에서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평가 대상을 규모가 큰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방안이 확정되면 규모가 작은 공기업 등이 제외돼 평가 대상이 올해 117개에서 절반가량인 60곳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세종=문병기 weappon@donga.com·김준일 기자
#정부#공공기관#방만경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