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시몬, 너는 아느냐? 상대팀 감독이 떨고 있는 소리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10월 28일 06시 40분


2014∼2015 NH농협 V리그에 우수한 외국인선수들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OK저축은행 로버트 랜디 시몬을 비롯해 쿠바출신 4명이 수준 높은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2014∼2015 NH농협 V리그에 우수한 외국인선수들이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오고 있다. OK저축은행 로버트 랜디 시몬을 비롯해 쿠바출신 4명이 수준 높은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사진제공|KOVO
삼성화재전 ‘괴물 용병’ 탄생에 경계심
김종민 감독 걱정에 산체스 “염려 말라”

‘망명자’ 레오, 쿠바선수들과 못 어울려
현대건설 폴리, 한국 노래방 문화에 푹∼


2014∼2015 NH농협 V리그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역대급의 외국인선수들이 수준 높은 플레이로 예상 못한 결과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다. 초반 최고의 화제를 불러일으킨 선수는 OK저축은행 시몬(27·쿠바)이다. 시몬의 데뷔전이었던 21일 삼성화재-OK저축은행 경기는 1.476%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현대건설의 폴리(24·아제르바이잔)가 V리그 첫 인사를 한 23일 현대건설-흥국생명 경기도 0.8%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 “엄청난 선수” 시몬 태풍에 경쟁팀 감독은 걱정이 태산

시몬은 21일 삼성화재전에서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며 지난 2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V리그를 평정했던 레오를 제압했다. 그동안 다른 외국인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압도했던 레오는 유난히 많은 연타공격을 하면서 시몬의 높은 블로킹을 부담스러워 했다. 성공률도 낮았고 득점도 평소보다 훨씬 못 미쳤다. 시몬은 개막을 앞두고 “내가 레오를 막아주면 문제없다”고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에게 호언장담했던 대로였다. 그날 모든 남자구단의 전력분석관이 안산에 모여 시몬의 플레이를 영상에 담고 분석했는데 하나같이 “엄청나다”는 표정이었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은 “속공은 알고도 못 막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대한항공은 28일 인천에서 OK저축은행과 첫 경기가 있다. 김 감독의 걱정을 들은 산체스는 “염려 마세요. 내가 해결할게요”라고 장담했다고 김 감독은 전했다. 그 방법이 무엇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시몬과 산체스는 쿠바에서 같은 배구학교를 다녔고 쿠바대표팀도 함께 해 친한 사이다. 매일 전화를 주고받고 쉬는 날이면 산체스가 시몬을 데리고 서울 이태원도 가고 집에 불러서 밥도 같이 먹으면서 우정을 다지는 사이다. 시몬은 아직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다.

● V리그 남자 외국인선수들 대부분 친한 사이…레오는 왕따?

이번 시즌 활약하는 7명의 남자 외국인선수들의 친소관계를 보면 재미있는 그림이 보인다. 쿠바출신 4명(레오 산체스 시몬 까메호) 가운데 레오를 뺀 3명은 친하다. 시몬과 산체스는 쿠바에서부터 친하고 우리카드의 까메호는 형이 시몬, 산체스와 대표팀을 같이 해서 친구의 동생으로 안면을 텄다. 쥬리치와 아가메즈는 유럽 리그에서 활동하다보니 시몬 산체스와 안면이 있어 인사를 주고받는다. 레오만이 이들 사이에 끼지 못한다. 가슴 아픈 사연도 있다. 레오는 청소년대표 시절 망명을 해 국제적인 명성이 없다. 삼성화재의 관계자는 “레오가 자격지심 때문인지 더 이를 악물고 훈련에만 열중해 같은 쿠바선수들과도 어색한 사이”라고 했다. 에드가는 호주 출신이라 나머지 선수들과 인연은 많지 않지만 V리그에서 2시즌 째라 아가메즈 산체스 등과 친하게 인사를 하는 사이다. 한국어도 조금씩 한다. 미디어데이 때는 한국어로 했던 첫 인사가 “방가 방가”였다.

● 폴리가 놀란 현대건설의 노래방 문화

V리그를 처음 경험하는 외국인선수들은 한국의 독특한 배구문화에 신기해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훈련과 기나긴 합숙생활은 외국인선수들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프로배구 초창기에는 어느 팀의 감독이 화가 나서 전 선수들에게 ‘머리박아’를 시켰는데 그것을 본 외국인선수가 기겁을 한 적도 있다. 아제르바이잔을 떠나 처음 해외리그를 경험하는 폴리에게도 한국생활은 별천지다. 한국에 온지 보름째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어로 먼저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 등 친화력이 좋다. 선수들과도 잘 지내는 폴리에게 한국생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뜻밖에도 “숙소에 노래방이 있는데 동료들과 함께 그곳에서 노래 부르는 것이 즐겁다”고 대답했다. 현대건설 선수들의 숙소 지하에는 노래방 시설이 있는데 선수들이 가끔 그곳에서 마음껏 열기를 발산한다. 가장 열정적으로 잘 노는 선수는 김주하로 알려줬다. “마이크만 주면 24시간도 놀 수 있는 선수”라고 황현주 전 감독은 말했다.

한편 양철호 감독은 아내 덕분에 오빠 리더십을 선수들에게 확인시켰다. 양 감독의 아내는 “시즌을 앞두고 선수들에게 셀카봉을 선물하고 싶은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양 감독이 좋다고 해서 선물이 선수들에게 도착했는데 아내가 말했던 셀카봉이 무엇인지는 전혀 알지도 못했다고. 나중에 선수들이 셀카봉을 받아든 뒤 기뻐하면서 함께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 셀카봉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삼촌 대우 양 감독은 그날 이후 선수들 사이에서 진정한 오빠가 됐다. 삼촌이건 오빠건 중요한 것은 서로의 마음을 여는 것이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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