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과 여야 회동, 만난 뒤 더 악화된 과거 반복 말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7일 03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국회에서 시정 연설을 마친 뒤 여야의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과 회동한다. 지금까지 예로 볼 때 대통령과 여야 대표단이 만나도 막힌 정국의 실타래가 풀린 경우가 없어 걱정이 앞선다. 1년 1개월 전인 지난해 9월 16일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 의혹을 두고 3자 회동을 했으나 입장 차이만 확인해 오히려 정국이 악화됐다. 그럼에도 이번 회동은 대통령과 여야가 모처럼 소통을 꾀한다는 점에서 국민에게 새로운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지난 2주간 국정감사로 제쳐놓아서 그렇지 지금 국회에는 국정 과제가 산적해 있다.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안, 정부조직법안, 유병언 법안의 동시 처리는 시한이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7월 이완구 박영선 원내대표 등 여야 원내지도부와 만났을 때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고 여야도 8월 처리에 합의했으나 지켜지지 않은 법안들이다. 그 자리에서 야당은 사회부총리 후보자와 문화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말 것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참고하겠다”고 했으나 문화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려 해 갈등이 더 불거졌다. 이번에는 대통령과 여야 모두 의례적 요청과 답변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은 지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박 대통령은 경제 활성화 법안의 조속한 통과와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심사기일 내 처리를 여야에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공무원연금 개혁에도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단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함께 풀어야 할 국가적 과제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

개헌 문제도 기왕 정치적 논란이 되고 있으니 서로가 진솔하게 의견을 나눌 필요가 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를 비롯한 안보와 남북문제야말로 대통령의 설명과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은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 보고서에서 “50%에 가까운 지지율의 박 대통령을 경멸하는 것은 자기위안이자 현실감각이 마비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야당은 국정을 극단적으로 몰아갈 것이 아니라 국정의 참여자로서 문제를 제기하고, 대통령에게 협조할 것은 협조해야 수권정당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박 대통령은 7월 회동에서 먼저 정례회동을 제안한 바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 사정도 있었으나 결과적으로 이 제안은 지켜지지 못했다. 이제라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회동을 정례화해 국민을 안심시키기 바란다. 서로가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키고 상시적으로 만나야 신뢰도 쌓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시정연설#국정감사#국정과제#여야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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