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시간 샌 발암물질 量조차 몰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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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16일 한빛원전 고장때 방사성물질 유출 사흘간 쉬쉬
사고때 멀쩡한 기기만 점검 헛발질… 문제된 증기발생기 하루지나 스톱
원안위, 매뉴얼 오류여부 전면조사

원자로 부품 고장으로 일주일째 가동이 중단되고 있는 전남 영광군 한빛원자력발전소 3호기에서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가 유출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원전 관리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삼중수소 유출 검사를 하지 않았고, 이 사실을 가동 중단 후 3일간 주민들에게 숨긴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예상된다.

24일 한수원과 한빛원전 민간환경안전감시기구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전 증기발생기의 세관(열을 전달하는 관) 균열로 외부에 새어 나간 방사능 오염 증기에 삼중수소가 포함된 사실을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민간감시기구가 참석한 회의에서 공개했다.

원안위 규정에 따르면 원전을 가동하는 과정에서 외부로 방사능이 배출될 경우 한수원은 반드시 오염 물질을 채취해 삼중수소가 얼마나 포함됐는지를 분석한 뒤 기록해야 한다. 한수원은 가동 중단 직후 증기발생기에서 새 나간 기체를 채취해 핵물질 검사를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실수로 삼중수소 분석은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한수원 관계자는 “고의로 검사를 누락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삼중수소 유출량이 기준치 이내일 것으로 판단하고 외부로 유출된 방사능 집계량을 토대로 삼중수소 유출량을 유추해 원안위에 보고할 계획이다.

한수원은 16일 오후 1시 30분경 한빛 3호기 증기발생기에서 방사능이 유출된 것을 파악한 뒤 2개의 증기발생기 중 문제가 있는 기기를 내버려 둔 채 멀쩡한 기기를 점검했고, 17일 오전 2시 9분경 해당 증기발생기의 원전 가동이 중단됐다. 하지만 실제로 문제가 발생한 기기는 17일 오전 10시 48분경 가동을 중단했다고 한수원 측은 밝혔다. 방사능 유출 사실을 안 후 해당 기기를 차단할 때까지 22시간 동안 방사능 오염물질이 외부로 빠져나간 것이다. 이 시간 동안 방사능은 기준치(연간 1mSv·밀리시버트)의 380억분의 1가량 유출됐고, 삼중수소도 계속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편 원안위는 이번 사고 대응 과정을 봤을 때 한빛원전 3호기의 매뉴얼인 운전절차서 자체가 통째로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전면조사에 착수했다.

:: 삼중수소(3H) ::

원자로에서 핵반응으로 생성되는 방사성 물질. 방사선 치료, 백혈구 검사 등에 주로 사용되나 호흡기나 피부를 통해 체내에 다량 흡수되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한수원#발암물질#방사성물질#원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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