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 ‘럭셔리 경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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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석 장식에 고가 수입 소파… 지상 최대 스크린으로 관객 유혹

극장이 호텔을 닮아간다. 위부터 대리석 인테리어로 화제가 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호피무늬 천으로 좌석에 포인트를 준 CGV 청담씨네시티점. 롯데시네마·CGV 제공
극장이 호텔을 닮아간다. 위부터 대리석 인테리어로 화제가 된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 호피무늬 천으로 좌석에 포인트를 준 CGV 청담씨네시티점. 롯데시네마·CGV 제공
서울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은 시장점유율 2위인 롯데시네마가 유난히 ‘힘 준’ 영화관이다. 최근 저층부를 부분 개장한 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롯데월드몰(엔터테인먼트동 5∼11층)에 있는 멀티플렉스다. 고해상도 영사 시스템, 첨단 음향 시스템, 대리석 인테리어 외에도 가로 34m, 높이 13.8m의 세계 최대 스크린을 들여놓았다. 이전까지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대 스크린은 서울 CGV 영등포점(31.38m×13m)이 보유하고 있었다. 세상에서 스크린 크기가 1, 2위인 영화관이 모두 서울에 있는 셈이다.

한국의 멀티플렉스는 시설 경쟁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1998년 멀티플렉스 극장이 처음 생긴 후 대기업 극장 체인끼리 경쟁이 붙으면서 ‘3S’ 즉 스크린(Screen), 소리(Sound), 좌석(Seat)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스크린이 클수록 균일한 밝기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 보니 스크린 크기 경쟁과 비례해 영사기 해상도 경쟁도 첨예해진다. 4억∼5억 원을 호가하는 스피커 시설을 갖춘 사운드 특화관(일반관은 약 5000만 원)도 등장하고 있다.

3S 중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좌석이다. 1990년대 말까지 1m가 채 되지 않았던 앞뒤 좌석 간격은 일반관 기준 1m 20cm까지 늘었다. 메가박스는 올해 새로 문을 열거나 리뉴얼 하는 극장부터 “진드기 방지를 위해 기존의 패브릭 좌석을 인조가죽으로 교체 중”이라고 밝혔다. 좌석을 뒤로 젖힐 수 있는 프리미엄관의 수입 소파는 개당 150만∼200만 원을 호가한다. 일반관 좌석은 개당 20만 원 안팎이다.

인테리어 경쟁도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 멀티플렉스는 5∼10년마다 한 번씩 공간을 바꾸는데 아티스트나 건축가와 협업하는 경우도 있다. CGV 신촌아트레온점은 올 6월 오픈하면서 건축가 최시영 씨가 인테리어 작업에 참여했다.

멀티플렉스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고급화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보인다. 양효석 CGV 디자인팀장은 “상품(영화)이 비슷하니 차별화하려면 시설과 인테리어에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최신호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국내에서 인구 100만 명 이상 도시의 영화상영관에는 4D용 진동좌석이나 특수음향시설 같은 시설 요소가 영화관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멀티플렉스 영화관의 보유 시설, 상권 및 입지 요인이 영화관 매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탐색적 연구’) 이 논문의 공동 저자인 이호택 계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영화 산업은 대기업이 제작부터 상영까지 주도하다 보니 멀티플렉스의 영향력이 남다르다. 특히 대도시의 경우 영화관이 포화 상태라 경쟁은 계속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롯데시네마#CGV#영화관#스크린#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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