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박원순 시장 핵심공약 ‘발코니 미니 태양광발전기’ 보급 8% 그치자… 市 “아파트 건설때 기본 사양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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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산하 SH공사에 협조 공문… 자발적 참여 대신 강제사업 변질 우려
분양가에 설치비 반영땐 입주자 부담

서울의 한 아파트 발코니에 설치된 미니 태양광발전기. 서울시는 2018년까지 미니 태양광발전기 4만 대를 가정에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행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 제공
서울의 한 아파트 발코니에 설치된 미니 태양광발전기. 서울시는 2018년까지 미니 태양광발전기 4만 대를 가정에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시행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 제공
박원순 서울시장이 중점 추진하고 있는 미니 태양광발전기 보급 사업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올해 말까지 공동주택 8000가구의 발코니에 미니 태양광발전기 설치를 목표로 세웠지만 10월 현재 설치율이 목표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실적이 부진하자 산하 SH공사가 건설하는 신규 아파트에 기본사양(의무사항)으로 설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자발적 사업이 강제 사업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보급을 확대해 서울을 ‘에너지 자립 도시’로 만드는 것은 박 시장의 핵심 정책 중 하나다. 2011년 10·26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 시장은 이듬해 5월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시작했고, 올해 8월 2단계 성격의 ‘에너지 살림 도시, 서울’ 계획을 추가 발표해 친환경 에너지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시는 에너지 절감과 친환경 에너지 확대로 현재 4.2% 수준인 전력 자립률을 2020년까지 20%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을 에너지 소비가 아닌 생산 도시로 전환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이런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공공건물이나 부지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설치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는 올해 5월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미니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면 가구당 최대 30만 원까지 지원하는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을 시작했다. 총 설치비가 65만 원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 시비로 충당해주는 셈이다.

발전용량 250W의 미니 태양광발전기를 설치하면 900L짜리 양문형 냉장고를 1년 내내 가동시킬 수 있는 만큼의 전기(약 292kWh)를 생산할 수 있으며, 한 달 평균 1만3310원의 전기료를 아낄 수 있다. 3년 정도면 설치 가구는 투자비 30만 원가량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22일 현재 신청 건수는 5486건, 설치 건수는 637건에 그치고 있다. 설치된 미니 태양광발전기가 올해 목표치(8000건)의 8%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당초 시는 해마다 발전기 8000대를 보급해 2018년까지 4만 대를 보급하겠다고 밝혔다.

신청을 받아도 실제 설치까지 이뤄지지 않는 ‘취소 비율’이 많은 게 서울시의 고민이다. 5000건 넘게 신청이 들어왔지만 아파트 구조 등이 부적합해 취소된 건만 4000여 건에 달한다. 서울시 에너지정책팀 관계자는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되는 발코니가 정남향이어야 효율성이 좋은데 동향이나 서향인 집까지 신청했다. 동향이나 서향집은 정남향에 비해 효율이 20∼30% 그쳐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발코니가 협소하거나 부식돼 설치가 불가능한 사례도 많다고 시는 전했다.

사업이 부진하자 서울시는 지난달 산하 SH공사에 ‘서울시 미니태양광 보급 사업 협조 요청’이란 공문을 보냈다. 신규 아파트 건설 시 미니 태양광발전기를 기본사양으로 설치하는 것을 적극 반영해 달라는 내용이다. 기본사양이 되면 입주자들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 발전기가 설치된 아파트를 분양 받아야 하며, 설치비 또한 분양가에 반영돼 입주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사실상 입주자에게 강매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에너지정책팀 관계자는 “SH공사에 관련 사항을 검토해달라고 얘기한 초기 단계라 구체적으로 협의가 진행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박원순#SH공사#분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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