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동리-목월문학상… 소설가 복거일-시인 김명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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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복거일(68)이 제17회 동리문학상, 시인 김명인(68)이 제7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복거일의 장편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문학동네)와 김명인의 시집 ‘여행자 나무’(문학과 지성). 동리·목월 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경주시와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제정했다. 경주시와 경북도,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가 공동 주최를 맡고 있다. 상금은 각 7000만 원. 시상식은 12월 5일 경주시 The-K 경주호텔에서 열린다. 》      
       

     
▼ “생애 첫 문학상 즐겁고 고마워” ▼
동리문학상 복거일


제17회 동리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복거일은 시집 2권을 낸 시인이기도 하
다. 그는 “욕심 같아선 좋은 시집을 내서 목월문학상도 받고 싶다. 사람은 욕심이 과한 법이다”라며 웃었다. 문학동네 제공
제17회 동리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복거일은 시집 2권을 낸 시인이기도 하 다. 그는 “욕심 같아선 좋은 시집을 내서 목월문학상도 받고 싶다. 사람은 욕심이 과한 법이다”라며 웃었다. 문학동네 제공
“문학상은 처음 받아봅니다. 생각지도 못한 상이 오니까 참 즐겁네요. 높이 평가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수상 소감을 묻자 소설가 복거일의 목소리가 크고 밝아졌다. 그는 “아무리 성스러운 것이라도 문학 앞에 수식어를 붙이지 말자고 생각했고 민족문학, 노동문학의 대척점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상복도 없었다”고 했다.

올해 출간된 수상작 ‘한가로운 걱정들을 직업으로 하는 사내의 하루’는 앞서 나온 ‘높은 땅 낮은 이야기’(1988년), ‘보이지 않는 손’(2006년)에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의 완결작이다. 주인공 현이립은 30대 젊은 청년에서 말기 간암 판정을 받은 병든 노인이 됐다. 소설 속 주인공은 말기 간암 판정을 받았지만 항암 치료를 받기를 거부한다. 복 작가도 사정이 똑같다. 그도 꼭 써야 할 작품을 쓰기 위해서 치료도 받지 않고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다.

복 작가는 수상작을 ‘지식인 소설’이라고 불렀다. 그는 “주인공이 과학과 경제에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엔 주류 소설 요소를 잘 융합하고 싶었다. 독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한 것 같아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복 작가는 생전 동리 선생을 만나본 인연은 없지만 문학을 공부할 때 큰 영향을 받은 작가로 동리 선생을 꼽았다. 그는 “‘사반의 십자가’를 보면 선생은 토속적인 작가였지만 안목은 늘 세계를 향해 열려 있었다. 요즘 젊은 작가들이 국경 바깥으로 시선을 돌리지만 동리 선생은 반세기 전에 전범(典範)을 보이셨다”고 했다.

동리문학상 심사위원회(이어령 김지연 김주영 문순태 전영태)는 “‘모든 사람은 죽음이 끝이나 작가는 죽음이 끝이 아니다’라는 명제를 복거일은 이 작품을 통해 힘차게 선언한다”며 “몇 차례의 봄을 맞을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사내가 이 우주의 나이인 137억 년의 100억 곱절의 세월 뒤에 나올 일을 걱정하고 있다”고 평했다.

       
▼ “지훈 제자로 목월상 받아 기뻐” ▼
목월문학상 김명인


제7회 목월문학상 수상자인 김명인 시인은 등단 이후 41년 동안 ‘몸의 기억’
이란 주제로 10권의 시집을 내면서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제7회 목월문학상 수상자인 김명인 시인은 등단 이후 41년 동안 ‘몸의 기억’ 이란 주제로 10권의 시집을 내면서 소월시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학과지성사 제공
올해 목월문학상 수상자인 김명인 시인은 대학 4학년이던 1968년 5월 먼발치에서 박목월 시인을 바라봤다. 당시 목월은 그의 은사인 조지훈 시인 영결식에서 조시(弔詩)를 낭독했다. 김 시인은 “선생의 목소리가 하도 맑고 청아하고 뚜렷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지훈 선생의 제자로 목월 선생 이름의 상을 받게 되니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수상 시집인 ‘여행자 나무’는 지난해 등단 40주년을 맞아 발표한 김 시인의 열 번째 시집이자 2012년 고려대 교수직에서 정년퇴임 후 쓴 첫 시집이다.

그는 시집에 수록된 시 ‘살’에서 “말씀드리면 머지않아 내 살도 새털처럼 가벼워져/푸른 하늘에 섞이는 걸까?/털리는 것이 아니라면 살은 아예 없었던 것/이승에서 꿔 입는 옷 같은 것”이라고 썼다. 이태수 시인은 늙어가는 육신에 대한 사유를 담은 시에 대해 “삶을 담담한 시선으로 성찰하면서 오랜 연륜이 안겨준 원숙한 깨달음의 경지, 죽음(소멸)마저도 너그럽게 끌어안는 순응과 달관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김 시인은 30년째 살고 있는 집에 작은 집필실을 마련하고 걷고 읽고 쓰는 생활에만 집중하고 있다. 그는 “보다 웅숭깊고 투명해지는 세계가 펼쳐지길 바라고 있다”며 “돌은 길항하는 정서, 상충되는 모습인데 앞으로 내 시에서 통합해 보려고 한다”고 했다. 특색 있는 시집도 낼 계획이다. 그는 “정지용 선생의 ‘유리창’처럼 10행 안에 최대한 시적 분위기를 가두는, 서사 리듬 삶과 이미지가 집약되는 세계를 묶은 시집을 내년 초에는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목월문학상 심사위원회(신달자 문효치 신규호 이태수 정호승)는 “김명인의 시는 중후하면서도 섬세하다. 꾸준하고 성실한 정진을 거듭하면서 흐트러짐이 없는 지속성 속의 변모를 끊임없이 추구하는가 하면, 내면 탐색의 폭이 넓으면서도 치밀하다”고 평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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