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영양균형 깨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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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슘 적게 먹고 인은 162% 과잉섭취 “커피믹스-콜라 등 가공식품 줄여야”

몸속의 특정 영양성분이 부족하거나 넘치지 않도록 식습관을 조절해야 한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하지만 영양성분 간에 균형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영양학자들은 생화학적으로 구조가 비슷하거나 생리학적 역할이 상반되는 영양소들이 있는 경우 이들의 균형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칼슘과 인이다. 칼슘과 인은 뼈와 치아를 구성하는 영양소로 둘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칼슘과 비교해 인을 과다하게 섭취하면 소장에서 칼슘의 흡수를 방해해 뼈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영양학적으로 칼슘과 인의 이상적인 섭취량은 1 대 1이다. 국내 칼슘과 인의 하루 권장섭취량은 각각 700mg이다. 미국은 1000 대 1000, 일본은 800 대 1000이며 독일과 스위스의 경우 1000 대 700으로 칼슘과 인의 권장섭취량의 비가 대부분 1 대 1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인의 칼슘과 인의 평균섭취량은 권장섭취량과 크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2012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칼슘 섭취량은 501.5mg으로 권장량의 70%에 불과하지만 인은 1159.4mg을 먹어 권장량의 162.5%로 나타났다. 인을 칼슘보다 2.3배나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특히 19∼29세 성인의 경우 칼슘은 68.4%로 적게 먹으면서 인은 173%나 많이 먹었다.

이명숙 성신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칼슘과 인의 불균형은 한국인의 식습관과 관련이 깊다”며 “인은 쌀이나 고기 같은 주식만 먹어도 충분히 권장량을 섭취할 수 있지만 칼슘은 우유, 멸치 등 을 일부러 먹어야 하고 짜게 먹는 습관이 칼슘을 배설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인은 맛을 좋게 하고 제조 과정에서 구성 성분을 부드럽게 섞이게 한다는 점 때문에 커피믹스나 콜라 등 가공식품의 첨가물로도 많이 들어간다.

구리와 아연의 관계도 비슷하다. 구리와 아연의 이상적인 섭취 비는 1 대 8로, 둘은 시소처럼 작용해 하나가 많으면 다른 쪽은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식습관이 바뀌면서 현미나 두부에 많이 든 아연의 섭취량이 줄고 있다. 구리는 견과류나 조개류, 초콜릿 등 일상적인 음식에서 쉽게 섭취할 수 있다. 결국 구리에 비해 아연이 부족하면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피부질환에 잘 걸리고 쉽게 피로감을 느낀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영양성분#식습관#칼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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