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삼탄강에 발 담그고 쏘가리와 밀고 당기기… “와, 월척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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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 아웃도어스쿨과 함께하는 ‘피싱 캠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삼탄유원지에서 진행한 네파 아웃도어스쿨 피싱 캠프. 낚시 전문가에게 낚싯대 쥐는 법과 낚싯줄 매듭짓는 법 등을 교육받은 참가자들이 캐스팅 후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다. 네파 제공
충북 충주시 산척면 삼탄유원지에서 진행한 네파 아웃도어스쿨 피싱 캠프. 낚시 전문가에게 낚싯대 쥐는 법과 낚싯줄 매듭짓는 법 등을 교육받은 참가자들이 캐스팅 후 물고기를 기다리고 있다. 네파 제공
콩닥콩닥 가슴이 뛴다. 어디론가 떠나는 것이 익숙하다지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그 순간은 어린 시절 소풍날의 그것처럼 여전히 설렘을 안겨준다. 오늘은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한 울림이 전해져 왔다. 네파 아웃도어스쿨과 함께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특히 피싱 캠프라 더 그렇다. 낚시는 내 마음 한구석에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는 것이기에. 목적지로 향하는 내내 설렘과 걱정이 교차하면서도 입가에는 연신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멋지게 대어를 낚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가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삼탄유원지에 도착했다. 수려한 자태를 자랑하며 충북의 동강이라 불리는 이곳이 우리의 베이스캠프다. 도착하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짐을 짊어지고 이동하는 발걸음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졌다. 참가자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속에는 저마다 남다른 각오가 담겨 있는 듯 보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결혼 후, 첫 휴가에서 갖게 된 씁쓸한 기억 때문이다. 전국일주를 하자며 떠난 여행길, 경상도의 어느 국도변을 달리던 중 낚시 가게가 눈에 띈 것이 화근이었다. 함께 새로운 무언가에 도전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는 명목 아래 낚싯대를 덜컥 산 것이다. 둘 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4시간을 고생한 끝에 한 뼘 정도 되는 이름 모를 물고기를 잡았다. 기쁨도 잠시, 낚싯바늘 끝 미늘에 걸린 고기를 빼내는 데 30분이 넘도록 씨름해야 했다.

그렇게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낚시는 끝이 났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낚시 얘기만 나오면 미덥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는 집사람이 그저 야속하기만 하다. 서로 기억하는 물고기 크기도 절반이나 차이가 난다. 오늘은 그날의 굴욕을 만회하리라 큰소리치며 집을 나선 터다. 19년 전 낚싯대를 사들고 호기롭게 돌아서던 그때처럼.

한적한 나무 아래 텐트 9동이 자리를 잡았다. 조용히 솔로 캠핑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아늑한 1인용 텐트에, 친구와 함께 온 참가자는 아담한 2인용 텐트에 짐을 풀었다. 그 외 3인용과 4인용까지 네파 아웃도어스쿨에서 준비한 다양한 텐트를 둘러보는 사이 낚싯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기다리던 낚시 강습. 이번 피싱 캠프를 이끌어줄 강사는 네파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익스트림팀 이상학 프로다. 낚시하는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의 유명인이다. 화려한 입담까지 두루 갖추고 각종 방송에 출연하고 있어 수많은 고정 팬을 몰고 다닐 만큼 인기 있는 전문가다.

낚시의 ‘낚’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이 얼마나 특별한 기회인가. 전문가에게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울 수 있는 시간이 그저 감사하기만 했다. 이론을 시작으로 낚싯대 쥐는 법, 지그헤드와 낚싯줄을 연결하는 매듭까지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참가자들도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집중하고 있었다.

지난날을 다시 되짚어보니, 꿈틀거리는 지렁이를 만지는 것도 싫어서 장갑을 끼고 낚시에 꿰었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은 걱정 없다.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루어낚시 아닌가. 그때 루어낚시를 알았더라면, 아니 네파 아웃도어스쿨이 있었더라면 그날은 멋진 추억으로 남았을 터인데.

바늘에 부드러운 웜을 끼워 넣고, 마지막으로 캐스팅을 배웠다. 캐스팅은 루어를 원하는 지점에 정확하게 떨어지게 하는 것. 하지만 초보자들이 원하는 포인트에 정확히 채비를 던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변 환경과 채비, 타이밍 등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루어의 착수 위치가 결정되기 때문. 연습에 또 연습, 너른 잔디밭을 강물 삼아 캐스팅 연습에 열중하다 보니 어느덧 어스름한 빛이 내려앉고 있었다.

얼마 전 내린 비로 인해 물살이 세고 강기슭이 미끄러워 안전을 이유로 밤낚시가 취소됐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내일을 기약하는 수밖에. 아쉬움도 잠시, 그만큼의 여유가 찾아들었다. 낚싯대를 손에서 내려놓자 자연이 주는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바로 이게 낚시캠핑의 묘미가 아닐까. 낚시 그 자체도 좋지만, 자연의 정취를 즐기고 함께 떠나온 사람들과 교감을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말이다.

다음 날 드디어 실전의 날이 밝았다. 아침 체조를 마치고 전투식량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바로 본격적인 실전 준비에 돌입. 가슴장화를 신고 낚싯대를 든 모습은 마치 전투에 나가는 군인처럼 비장하기까지 했다. 어찌 보면 어설픈 어부가 갯벌에 나가는 것처럼 보였을지 모르겠지만, 마음만큼은 그랬다는 뜻이다. 어제 배운 과정을 잠시 복습한 뒤 이상학 프로를 따라 강으로 내려갔다.

이제 출정이다. 오전 낚시는 세 개 조로 나눠 시합하기로 했다. 마지막 실전 강의를 듣고, 조별로 모여 파이팅을 외치며 결의에 찬 표정으로 채비를 갖췄다. 나 역시 한을 풀어보리라 다짐하며 채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지그헤드에 낚싯줄을 꿴 뒤 다섯 바퀴를 감고 처음 구멍으로 다시 넣어 단단히 조였다. 루어는 실리콘으로 만든 핑크빛 소프트 웜을 달았다. 베일을 연 후 낚싯줄이 풀리지 않도록 검지 끝마디에 걸었다.

머리 위에서 살짝 뒤로 젖혔다가 다시 머리 위를 지나면서 검지에 건 낚싯줄을 놓았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간 루어가 맞은편 수초 근처에 떨어졌다. 성공이다. 생각했던 지점에 정확히 착수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첫 캐스팅치고는 나름 만족할 만하다. 계속되는 캐스팅. 낚싯줄 놓는 타이밍이 너무 늦어 루어가 코앞에 처박히기도 하고, 너무 빨라 하늘로 솟아오르기도 했다. 이상학 프로의 말대로 정확한 캐스팅을 위해서 많은 연습을 해야 할 듯하다.

루어낚시는 일반 낚시와 달리 매우 역동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쉬지 않고 루어를 던지고 감아 들이는 캐스팅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는 것. 또 한자리에서 물고기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고기가 있는 포인트를 찾아 이동하며 낚시를 즐기는 것이다. 우리 일행은 삼탄강 이곳저곳을 누비며 점점 루어낚시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비가 내린 후라 그런지 강을 가로지를 때는 물살이 제법 거칠게 몰아붙였다. 물살을 헤치고 3km를 거슬러 상류로 이동하며 캐스팅을 계속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그 누구도.

지친 몸과 마음을 얼큰한 매운탕으로 달래고 오후 낚시에 나섰다. 2차 출격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이 출발. 베이스캠프에서 차로 30여 분 떨어진 삼탄강 상류로 이동했다. 오전에는 쏘가리가 목표였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일단 무엇이든 잡아보자는 생각이 먼저였으니까. 조별 경쟁도 없다. 우리는 어느새 하나가 되어 누구라도 먼저 고기를 낚는다면 축하해줄 마음이 가득했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다, 루어를 미노우로 바꿔 달았다. 작은 물고기를 그대로 흉내 내어 만든 미노우는 내가 봐도 혹할 만큼 탐스러웠다. 분명히 물고기가 물어주리라. 하지만 미숙한 손놀림은 물고기도 알아채는 듯했다. 그때 어디에선가 환호성이 들렸다. 하나둘 모여드는 곳으로 서둘러 자리를 옮겼다. 쏘가리다. 그렇게 잡고 싶었던. 쏘가리를 들고 선 일행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가 직접 손맛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그게 뭐 그리 중요하겠는가. 이렇게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데 말이다. 어느새 내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 추억으로 물든 노을빛이 따스하게 보듬어주었다. 그렇게 풍경 너머로 쌓여간 그간의 시간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을 듯하다. 아련하게 스며든 아름다웠던 가을날의 추억을.

▼네파 홍보대사 이상학 프로가 전하는 루어낚시 초보가이드▼

루어낚시(Lure Fishing)란 말 그대로 가짜미끼를 이용해 물고기를 낚는 것이다. 플라스틱, 털, 금속 등으로 만든 인공미끼를 사용하기 때문에 살아 있는 미끼를 직접 만지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시작할 수 있다.

입문자라면 스피닝 장비 즉, 스피닝 릴을 장착한 로드를 추천한다. 캐스팅에 대한 부담이 적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초보에서 고수까지 두루 사용하는 장비다.

루어낚시는 낚싯대를 쥐는 방법이 중요하다. 낚싯대를 바로 잡아야 정확한 캐스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지와 약지 사이에 릴의 다리를 끼우고, 엄지는 낚싯대 그립 상부를 지그시 누른다. 중지는 낚싯대를 가볍게 잡고 약지와 소지로 낚싯대를 단단히 감아쥐는 것이 좋다.

초보자의 경우 검지와 중지 사이로 릴의 다리를 잡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캐스팅 시 불안정하며, 손목의 스냅을 사용하기 힘들어진다. 엄지가 낚싯대 윗부분을 눌러주지 않고 봉을 움켜쥔 경우에도 제대로 반동을 줄 수 없어 캐스팅이 부정확하다.

▼네파 아웃도어스쿨 시즌2 참가자 모집▼

1. ‘익스트림 클라이밍 & 볼더링’

네파 익스트림팀 홍보대사인 손정준 강사와 10월 18∼19일 전북 진안군과 완주군 일대에서 진행된다. 참가 희망자는 네파 아웃도어스쿨 홈페이지(school.nepa.co.kr)를 통해 10월 12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선발 인원은 10명.

2. ‘릿지등반’

네파 익스트림팀 전서화 강사와 11월 8, 9일 속초 설악산의 ‘한 편의 시를 위한 길’에서 진행된다. 네파 아웃도어스쿨 홈페이지(school.nepa.co.kr)를 통해 10월 15일부터 11월 2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선발 인원은 10명.

글·사진=김대성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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