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코스닥 1위 다음카카오, 법 위에서 장사할 특권 가졌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다음카카오가 합병회사로 처음 상장한 어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주가는 반등해 코스닥 대장주가 됐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전날 “수사기관의 감청영장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폭탄 발언’을 한 의도를 짐작하게 한다. ‘사이버 사찰’ 논란이 벌어진 지 1주일 만에 카카오톡, 라인 등 국내 메신저에서 해외 메신저로 167만 명이 ‘사이버 망명’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다음카카오의 전신(前身)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주가가 20% 이상 떨어지자 이 대표는 공권력에 맞서는 순교자인 양 나선 듯하다. 시가총액 8조 원에 이르는 기업의 대표가 지키려 한 것은 고객의 신뢰가 아니라 기업 이익이었던 셈이다.

이 대표는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는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실시하겠다”며 “실정법 위반으로 문제가 되면 대표이사인 제가 벌을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보호가 중요하다 해도 범죄 행위까지 보호받을 순 없다. 범죄 수사를 위해 법관이 발부한 감청영장을 거부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를 부정하는 발상이다. 미국의 구글과 페이스북도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기관이 정보 제공을 요청할 경우 협조한다. 이 대표가 1억5000만 지구촌 고객을 뒷심 삼아 ‘프라이버시 대(對) 실정법’의 대결 구도를 만들고, 정치적 갈등으로 확산시켜 희생양을 자처할 작정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사용자들이 카톡을 외면한 데는 카카오 측의 오만하고 안이한 대응 탓이 컸다. 처음 ‘사이버 검열’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카톡은 감청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검찰의 사이버 대책회의에 회사 관계자가 참여하고, 경찰의 전화 한 통에 자신들이 직접 서버에 있던 개인정보와 대화내용을 복사해 갖다 바치기까지 했다. 네이버가 자체적으로 법을 검토해 밴드에 대한 로그 기록만 제공하고 개인 신상정보나 대화내용은 제공하지 않은 것과 대조적이다.

카톡은 서비스 시작 4년 만에 하루 평균 메시지 수 60억 건의 ‘국민 메신저’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덩치에 걸맞은 고객 서비스나 조직 운영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독일의 텔레그램이나 미국의 페이스북처럼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내용이 자동 삭제되는 개인정보 보호 프로그램도 실시하지 않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에 프라이버시 보호는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다음카카오는 법을 부정하는 빗나간 대응 대신,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다음카카오#코스닥#감청영장#프라이버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