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천재 신경과학자가 안내하는 ‘무의식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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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찰의 시대/에릭 캔델 지음·이한음 옮김/772쪽·3만 원·알에이치코리아

아름답다. 추하다. 사랑스럽다. 혐오스럽다. 울고 싶다….

매 순간 감정을 느낀다. 특히 미술 등 예술작품을 접할 때 감정 반응이 극대화된다. ‘감동적’이라고 외친다. 마음으로 느끼는 것일까? 단순한 뇌의 화학반응일까?

이 책은 예술에서 느끼는 인간 감정의 본질을 탐구했다. 미학뿐 아니라 인문학, 인지심리학, 뇌 과학을 총동원해 인간의 무의식 세계를 파헤친다. 저자는 정신분석에 뇌세포 단위로 정신을 분석하는 ‘정신 생물학’ 분야를 개척한 인물로 2000년 노벨 의학·생리학상을 수상했다.

책은 우선 전혀 다른 듯한 미술과 과학의 연관성을 설명하기 위해 1900년 오스트리아 빈으로 독자를 이끈다. 당시 그려진 구스타프 클림트의 ‘아델레 블로흐바우어의 초상’(사진) 속 여인의 옷 문양은 클림트가 다윈의 책을 읽고 세포 구조에 매료돼 생식세포를 도상화한 것이다. 과학과 예술이 교류된다는 상징적 예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보면 때론 웃는 듯 때론 슬픈 듯 보인다. 그림 자체로만 보면 신비감의 원인은 다빈치가 검은 물감 위에 흰색 물감을 손가락 끝으로 덧칠하는 ‘스푸마토’ 화법으로 여인의 입가에 미묘한 그늘을 만들었기 때문.

하지만 그림 자체만으로는 ‘모나리자’의 신비감과 관람객의 감동을 완전히 해석할 수 없다. 인지심리학적으로 볼 때 관람자의 경험과 기억이 이미지를 자기에게 맞게 추론하기 때문에 모나리자가 매번 다른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시신경학적으로도 분석이 가능하다. 망막의 오목한 부분에는 시각세포인 추상체가 몰려 있는데 이를 통해 눈, 코 등 세부 이미지를 또렷이 보게 된다. 반면 망막 외곽의 추상체는 주변부 시각 역할을 해 모나리자 얼굴의 전체 윤곽을 흐릿하게 인식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모나리자의 얼굴을 뿌옇고 입꼬리가 더 올라간 듯한 신비로운 모습으로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시신경을 통해 들어온 정보는 전두엽 밑 ‘뇌섬엽’에 의해 ‘아름답다’는 감정으로 변환된다.

아! 복잡하다. 아름다운 건 그냥 아름다운 것 아닌가. 하지만 아름다움과 추함도 과학적 분석이 가능하다. 우선 얼굴이 대칭적이어야 한다. 좋은 대칭성은 더 좋은 유전자를 시사하기 때문. 큰 눈, 아담한 코, 도톰한 입술도 균형미에 영향을 미친다. 남성은 긴 하관, 뚜렷한 턱선 때문에 매력적으로 보이는데 이런 얼굴은 사춘기 때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다량 분비돼야 형성된다. 즉 매력적인 얼굴은 번식과 밀접하게 연관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이 같은 얼굴을 보면 뇌에서 쾌락 호르몬인 도파민마저 활성화된다. 뇌가 건강하고 번식력이 좋은 얼굴을 알아보고 이를 아름답다는 감정으로 치환하는 셈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통찰의 시대#무의식#모나리자#스푸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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