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문고리 권력’ ‘비선 라인’, 청와대는 언제까지 끼고 갈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0일 03시 00분


이재수 국군기무사령관과 이헌수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교체 인사에서 비롯된 후폭풍이 심상치 않다. 기무사령관은 군 기밀을 담당하는 자리이고, 국정원 기조실장은 국정원 자금을 주무르는 요직이다. 인사 과정도 납득하기 어렵고 해명도 설득력이 없다. 청와대 내부의 ‘문고리 권력’ 또는 외곽의 ‘비선 라인’이 개입됐다는 말이 무성하다.

최근 군 인사에서 돌연 교체된 이재수 국군기무사령관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씨의 고교 동창이자 육사 동기생이다. 이 사령관은 “잇단 군내 사고에 책임을 느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으나 책임이 있다면 문책을 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는 3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전보됐다. 그를 대장으로 발탁하기 위한 ‘숨고르기 인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른 한편에선 그가 정권 실세끼리의 권력다툼에서 밀려 기무사령관에서 배제됐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군 인사는 예정보다 하루 지연되어 여러 억측들이 더 확산되고 있다.

이헌수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 사표를 낸 것에 대해 국정원은 별정직 정년 60세를 넘어서라고 해명한다. 그러나 올해 7월 이병기 국정원장의 인사 때 이미 정년을 넘겼는데도 이제 와서 정년 운운하는 것은 뜬금없다.

이번 인사 파문을 계기로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청와대 3인방’이나 비선 라인들이 치열한 파워 게임을 벌인다는 비판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이 실제 권력은 별로 없다는 얘기도 있다. 역대 정부는 문고리 권력 얘기가 나올 때마다 펄쩍 뛰었지만 정권 말기가 되면 실체가 드러났고, 끝도 좋지 않았다. 김영삼 정부의 현철 씨와 김대중 정부의 홍업 홍일 씨, 이명박 정부에서 이상득 씨는 정권이 바뀐 뒤 모두 법정에 섰다. 최근 이재만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사칭해 대기업에 압력을 넣었다가 발각된 취업사기 사건은 불길한 전주곡처럼 들린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박 대통령이 공식 채널이 아닌 소규모 비선 라인을 통해 상당히 얘기를 많이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공식적인 의사 결정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청와대에 민정수석실과 인사위원회라는 공식 조직을 놔두고 비선 라인이 인사에 개입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대통령 뜻인지 묻고 싶다. 인사 업무와는 무관한 청와대 비서관들이 세인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불투명하게 진행되는 인사는 국정을 망치는 일이다. 사조직과 다름없는 문고리 권력을 대통령은 언제까지 끼고 돌 작정인가.
#이재수#이헌수#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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