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정지 명령 불복… 세상 담 쌓고… 실험 1500번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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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노벨물리학상 3人의 마이웨이

7일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일본 연구자 3명의 공통점은 외곬으로 한 우물을 판 ‘마이 웨이(My Way)’ 인생철학이었다.

1993년 자체 개발한 장비로 청색 발광다이오드(LED) 실용화에 성공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60)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도쿠시마대 졸업 뒤 입사한 니치아(日亞) 화학공업에서 TV 브라운관 등에 사용하는 형광물질 개발을 맡았으나 내놓는 제품마다 매출이 오르지 않아 동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특유의 ‘반골 정신’으로 ‘하고 싶은 연구나 마음대로 하고 그만두자’는 생각에 1988년 사장과 담판해 청색 LED 실용화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과정도 마이 웨이였다. 독자 아이디어로 승부하기 위해 일부러 관련 논문을 읽지 않았다. 비싼 실험장치는 직접 만들었다. 1년 반 동안 사내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고 회의에도 빠졌다. 급기야 회사에서 “연구를 중지하라”는 명령까지 내렸다. 하지만 그는 응하지 않았다. 마침내 39세 때인 1993년 청색 LED 실용화에 성공했다.

2000년 미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미국은 무엇이든 도전할 수 있고 그것을 평가해 줬다. 일본은 연공서열이나 경력 같은 것이 중시돼 자유가 없다. 재퍼니즈 드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본 시스템도 비판했다.

그는 청색 LED 실용화 특허 대가로 2만 엔(약 19만6800원)을 준 회사와 소송도 벌였다. 당시 그는 “미국인들에게 내가 받은 액수를 말해주면 나를 ‘노예 나카무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결국 그는 항소심에서 8억4000만 엔에 합의했다.

1989년 20세기 안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청색 LED를 개발해 실용화의 길을 연 아카사키 이사무(赤崎勇·85) 메이조대 종신교수도 남들이 거들떠도 안 보던 질화칼륨에 집중해 마이 웨이로 성공했다.

주류에서 비켜난 그는 고독했다. 1956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학회 때 당시까지의 연구 성과를 발표했지만 철저히 무시당했다. 그는 “홀로 황야를 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1500회 이상의 실패 경험이 축적될수록 그는 강해졌다.

대학 4년 때 아카사키 교수의 연구실에 합류한 아마노 히로시(天野浩·54) 나고야대 교수는 세상과 담을 쌓은 지독한 ‘연구 벌레’였다. 설날을 제외한 1년 364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그는 연구실을 떠나지 않았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노벨 물리학상#마이 웨이#청색 발광다이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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