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금융 회장 선임에 ‘노조 권력’도 끼어들지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국민은행 노조가 지주회사인 KB금융지주의 신임 회장 선임에 노골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새 회장은 국민은행 출신이 되어야 한다”며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구성된 회장추천위원회를 압박했다. 외부 인사가 선임되면 반대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을 사실상 낙점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금융당국이 관치 및 낙하산 인사 논란을 우려해 ‘불개입 방침’을 거듭 밝혔다. 당초 9명이었던 회장 후보 가운데 유일한 관료 출신인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이 후보에서 사퇴해 전현직 금융권 인사를 중심으로 8명 중 1명을 뽑게 된다. 관치 인사의 가능성이 과거보다 낮아지면서 노조의 입김이 가장 큰 변수로 떠올랐다.

은행권에서 노조는 이미 회장이나 행장 못지않은 권력 집단이다. 노조가 직원의 징계권이나 인사권에 개입하고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현재 은행장 선임 작업이 진행되는 광주은행에서도 노조가 “내부 출신 행장이 선임되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KB금융이나 국민은행처럼 민영화는 했지만 뚜렷한 대주주가 없는 금융기관 회장이나 행장에 정부가 퇴직 관료나 정치권 출신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일은 사라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CEO 선임이 정부 대신 권력화한 노조의 입김에 휘둘리면 더 위험하다. 노조의 지원을 등에 업고 선임된 회장이나 행장이 방만한 경영에 칼을 들이대는 개혁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외부 인사를 우대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내부 출신이라야 한다는 것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영 능력과 조직개혁 의지를 얼마나 갖췄는지가 CEO 선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국민은행#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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