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가자봉쇄 일부 해제… 聖地순례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2007년 봉쇄 이후 처음… 500명 방문, 양측 본격 화해국면 전환 관측도

이스라엘 동예루살렘에 있는 알아끄사 사원이 두 달 가까이 싸웠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본격 화해하는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5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의 알아끄사 사원 성지순례를 이례적으로 허용했다. 50일간의 가자지구 전쟁이 끝난 지 한 달여 만에 사원 왕래 허용을 계기로 양측이 본격적 화해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60세 이상 팔레스타인 주민 500명에게 4∼6일 가자지구를 떠나 하루 동안 알아끄사 사원을 방문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슬람 축제인 ‘이드 알아드하(희생제)’에 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가자지구에서 온 한 여성은 알아끄사 사원에 들어서며 바닥에 입을 맞췄다. 발끝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아바야’(이슬람권 여성들이 입는 전통의상)를 입은 이 여성은 “35년 동안 이곳에 와보지 못했다. 천국에 온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오후 3시면 다시 가자지구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스라엘이 알아끄사 사원 순례를 허용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은 같은 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파타를 몰아내고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봉쇄 조치를 내렸고 알아끄사 사원 접근도 차단됐다.

당시 봉쇄 조치와 함께 거의 금지됐던 가자지구의 농산물 수출도 상당 부분 가능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계자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요르단 강 서안에서도 가자지구의 농수산물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팔레스타인 사회의 생활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이 2007년부터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농산물을 자국과 요르단 강 서안에 수출할 수 없도록 금지하면서 팔레스타인은 커다란 경제적 타격을 받았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강 서안은 금수 이전까지만 해도 팔레스타인 농산물 수출의 85%를 차지했지만 지금은 2%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는 8월 끝난 가자전쟁의 휴전 합의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7월부터 50일간 지속된 가자전쟁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각각 2200명과 73명이 목숨을 잃었다. 양측은 8월 26일 ‘무기한 휴전’에 들어가면서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일정한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고 봉쇄 조치도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 알아끄사 사원 ::

이슬람교의 세 번째 성지. 첫 번째는 메카의 알마스지드 알하람 사원으로 카바 신전이 있다. 두 번째는 메디나의 알마스지드 알나바위 사원이다. 특히 알아끄사 사원과 이어진 황금사원인 ‘바위의 돔’은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승천한 곳이라고 전해진다. 2000년 아리엘 샤론 당시 이스라엘 총리가 이곳을 방문하자 제2의 인티파다(무장봉기)가 일어났을 정도로 이슬람교도들이 매우 소중한 곳으로 여긴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가자지구#이스라엘#팔레스타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