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삐삐야, 목줄 풀고 마음껏 뛰놀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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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 가보니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의 반려견 놀이터는 주말을 맞아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 내의 반려견 놀이터는 주말을 맞아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또치야 엄마한테 와야지∼.’ ‘삐삐 맘마 먹자, 옳지 잘한다.’

갈색 푸들 강아지 두 마리를 키우는 김지원 씨(28·여)는 틈날 때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을 찾는다. 그동안 사람들 눈치 보지 않고 강아지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곳은 기껏해야 애견카페 정도였지만 올해 4월 이곳에 ‘반려견 놀이터’가 생기면서 주말마다 ‘출퇴근’하고 있다. 김 씨는 “반려동물 출입을 아예 금지한 공원도 많아 동작구 집에서부터 공원까지 일부러 온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찾은 월드컵공원 반려견 놀이터는 수십 마리의 개와 주인으로 붐볐다. 서울시가 공원 한쪽 주차장 부지 옆 747m²(약 226평) 공간을 활용해 놀이터를 만들었는데 개장 6개월여 만에 벌써 반려견 1만7200여 마리와 주인 2만5000명이 이곳을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놀이터 입구에서는 개의 몸집을 잰 뒤 대형견과 소형견으로 나눠 들어가게 해 혹시 생길지 모를 사고를 막았고 사방에 튼튼한 철제 울타리까지 쳐놨다. 구석에는 개를 위한 급수시설과 장난감까지 갖춰 놨다.

대형견인 골든레트리버를 키우는 임모 씨(51)는 “덩치가 커 동네 공원에 데려가면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여기선 개와 주인 모두 편하다”며 “비슷한 종을 키우는 사람들이 놀이터 친목회도 만들어 정기적으로 교류한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에 반려견 놀이터는 지난해 8월 문을 연 어린이대공원 놀이터와 월드컵공원 등 단 2곳. 반려견 인구가 서울시내에만 2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데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반려견 인구가 많은 미국에선 대부분의 도시공원 안에 반려견의 목줄을 풀어줄 수 있는 별도의 공간(Off-Leash 구역)을 마련해 운영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반응이 좋자 내년에 추가로 1곳을 더 열 계획이다. 보라매공원, 서울숲, 북서울꿈의숲이 다음 후보지로 꼽힌다. 서울시 동물보호과 관계자는 “동네에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어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며 “5년 안에 5곳의 놀이터를 추가로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 앞서 2012년 경기 성남시에서는 중앙공원 내 애견운동공원을 설치하려다 “어린이공원도 부족한데 무슨 강아지공원이냐”는 반대에 부닥쳐 무산됐고, 그 대신 탄천변에 간이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어 운영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시 역시 놀이터 개장에 앞서 벌인 설문조사에서 ‘북서울꿈의숲’은 시민 중 40%만 반려견 놀이터를 찬성해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서울시가 만든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하려면 먼저 반려동물로 등록해야 한다. 놀이터 입구에는 반려동물 등록 여부를 체크하기 위한 내장 칩 리더가 갖춰져 있어 등록확인 절차를 거친다. 놀이터에 입장하기 전 입구에 있는 책자에 반려견의 이름과 중성화 수술 시행 여부, 주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기재하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강아지가 없는 사람은 입장할 수 없고, 만 13세 미만 어린이는 성인과 함께 입장해야 한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월드컵공원#반려견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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